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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출구 없는 대한민국에 ‘메스질’

등록 2009-08-31 21:03

연극 ‘야메의사’
연극 ‘야메의사’
연극 ‘야메의사’
카프카 소설 ‘시골 의사’ 개작
우리 시대 환부 드러내 ‘풍자’
“그래서 매일 모여드는 것 아닙니까? 나라 꼴이 엿 같으니까.” “뭐가 문제야? 시청 앞에 잔디 깔아줘, 냇가 만들어줘, 쇠고기 싸게 먹게 해줘. 뭐가 문젠데?”

대화는 술 취한 두 남자가 벌이는 언쟁이다. 둘이 매일 밤 모여 언쟁을 벌이는 곳은 서울 청계천변의 어느 포장마차. 연극 <야메의사>는 바로 이 포장마차에서 시작된다. 언쟁을 마친 두 남자가 줄행랑쳐버린 포장마차에는 여주인과 한 남자만 남게 된다. 바로 이 남자가 <야메의사>의 주인공, 바로 ‘야메의사’다. <야메의사>는 늦은 밤 진료를 떠난 주인공이 환자를 만나러 가는 하룻밤 사이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일종의 환상극.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던 주인공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결말은 비현실적인 현실이다.

카프카의 소설 중 가장 시적인 산문으로 간주되는 소설 <시골 의사>를 대한민국 현실에 맞게 개작한 이 연극은 극단 백수광부가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2006년 초연했다. 청계천 복원을 앞두었던 초연 당시, 연출가 이성열씨는 극 중에서 지난 세월 청계천에 방류되었던 오폐수에 질곡의 현대사를 오버랩시켰다. 초연 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기에 지금의 현실을 대입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이 하룻밤 동안 여행하는 비현실의 세계는 청계천, 시청 앞 광장, 용산, 평택 등. 지명 자체가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들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현실의 세계 속에서 <야메의사>는 끊임없이 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성열 연출은 그 부조리한 인물이, 그 상황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극단 백수광부의 큰형님 격인 배우 장성익부터 막내 단원까지 <야메의사>의 좁디좁은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모두 13명.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 야메의사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혁이다. 공연 시간 100분 동안 무대를 지키는 그는 자칫 인간 실존의 비극이라는 심연으로 잠수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유쾌한 희비극으로 탈바꿈시킨다. <야메의사>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된다. (02)814-1678.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사진 극단 백수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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