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6집 ‘불편한 파티’ 낸 크라잉 넛
서열문화 등 시대상 디스코·록에 담아
14년을 한결같이…“이번엔 직접 녹음”
서열문화 등 시대상 디스코·록에 담아
14년을 한결같이…“이번엔 직접 녹음”
1996년 5월, 서울 명동과 홍대 앞 주차장 거리에선 ‘스트리트 펑크 쇼’란 이름의 거리 공연이 열렸다. 1995년 처음 활동을 시작해 조그만 클럽에서만 공연해 왔던 크라잉 넛이 본격적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크라잉 넛이란 이름은 그 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날 이들이 무대에서 불렀던 ‘말달리자’는 인디 음악을 상징하는 송가가 되었다. 그리고 데뷔 14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로큰롤 스타’가 되었다.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14년. 하지만 이들은 변한 게 없다. 장난기 가득한 악동 같은 모습도, 모든 걸 불태울 듯한 무대 위에서의 열정도 그대로다. 최근 발표한 6집 <불편한 파티> 역시 ‘크라잉 넛스러운’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크라잉 넛의 음악이란 게 한 앨범 안에 여러 장르가 녹아들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도 폴카부터 아이리시 음악, 디스코, 스윙, 아트 록, 트로트 등 다양한 스타일이 들어가 있어서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친숙하게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책 <불편한 진실>에서 제목을 따온 <불편한 파티>는 지금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불편한 현실을 알면서도 파티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빗대서 지은 거예요. 비판이라기보다는 이게 어쩔 수 없는 지금 세상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는 모두 함께 신나는 파티를 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담고 있고요.” 앨범의 첫 타이틀곡 ‘착한 아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착한 아이가 학교와 집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착실하게 공부하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나간다고 착한 어른이 될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는 한국 사회의 학연·지연에 의한 서열문화를 꼬집고 있다. 이들은 노래 마지막에 “나쁜 아이 나가신다, 우리들은 크라잉 넛”이라고 노래하며 “지금 세상의 기준에 의하면 우리들은 나쁜 아이들”이라고 얘기한다.
크라잉 넛은 이번 앨범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꾀했다. 녹음을 멤버들이 직접 해낸 것이다. 같은 날 동반입대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들은 군대에서 리코딩 공부를 하며 자신들만의 스튜디오에 대한 꿈을 키웠다. 클럽 공연으로 얻는 수익금은 녹음 장비를 사는 데 사용하며 연습실을 스튜디오로 변신시켰다.
“전문 엔지니어 분들이 우리보다 실력은 뛰어나겠지만, 시간과 돈에 쫓겨서 작업하다 보면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포기해야 할 때가 있었거든요. 좀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작업하고 싶은데 스튜디오 비용 때문에 쉽게 그러지를 못한 거죠. 이번 앨범은 우리가 하고 싶을 때 맘껏 할 수 있다 보니까 정말 편하게 작업한 것 같아요.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로 만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달려왔다. 크라잉 넛의 미래를 묻자 이들은 “서로 닭살스러워서”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나눠보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앨범이나 공연 준비 같은, 바로 앞에 닥친 일들만 생각하면서 달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냥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제임스 브라운처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죠.” 크라잉 넛은 5일 서울 광진구 멜론 악스 공연장에서 6집 발매 콘서트를 연다. 02) 326-3075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드럭 레코드 제공
6집 ‘불편한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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