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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산업용 도자기 ‘예술본색’

등록 2009-09-07 18:59

요하네스 파이퍼의 <삼각분할 Ⅵ-에너지장>.
요하네스 파이퍼의 <삼각분할 Ⅵ-에너지장>.
건축도자전 ‘NOW & NEW’
절연체 ‘애자’ 조형물 변신…타일에는 그림옷
작가 10명, 문명사회 부속물 ‘작품’으로 되살려

경남 김해시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5일부터 기획전인 ‘건축도자 나우 앤 뉴(NOW&NEW)-예술, 디자인 그리고 도시’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기획전 ‘건축도자-올드(OLD)’전이 100여년 전의 벽돌과 기와를 소재로 한 것에 비해 올해 기획전은 타일, 기와, 위생도기, 세라믹, 애자 등 현재 유통되는 건축·산업용 도자를 이용했다.

전시는 국내외 작가 10명이 40일 동안 머물며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 분야, 건축도자 회사에서 생산한 건축 내장재·인테리어 제품과 도자 예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디자인’ 분야, 친환경 최첨단 건축 외장재를 소개하는 ‘도시’ 분야로 나뉜다.

아무래도 무게는 ‘예술’ 분야. 쓰임새가 일정하게 정해진 건축·산업용 도자가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예술 작품으로 바뀌는 모양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를 감상하는 듯하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애자. 10명 중 4명이 재료로 썼다. 애자는 전깃줄을 고정시킬 때 쓰이는 절연체로, 용처에 따라 모양이 다양하고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조립 성형이 가능하다. 작가 신이철, 박제덕씨는 애자를 철봉에 끼우되, 신씨는 애자 자체의 조합에(<뮤타몬>), 박씨는 구부린 철봉의 형상(<끊임없는 질문>)에 무게를 두었다. 요하네스 파이퍼는 형광색을 칠한 애자를 바닥에 배열하고 야광을 칠한 끈으로 실뜨기를 한 다음 어둠 속 조명으로 형상을 달리하여 관객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삼각분할 Ⅵ-에너지장>).

송준규씨와 힐레 앙엘 다닐센은 벽돌 쌓기에 충실하다. 송씨가 각종 아치와 기둥의 조합으로 이탈리아 여행의 기억을 비벼 넣고() 힐레 앙엘 다닐센이 지그재그 두 줄 벽돌 담을 쌓되 구멍 뚫린 벽돌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변주를 준 것(<사이에 두고>)은 쌓기를 넘어서려는 몸짓으로 읽힌다.

로버트 해리슨은 벽돌, 애자, 위생 도기를 모두 시멘트에 버무려 <김해아치>를 세웠다. 번데기나 애벌레가 버글거리는, 형상이 단순하지만 범상치 않은 발상이다.


타일은 평평한 점에서 또다른 캔버스로 전용할 수 있다. 작가 이중근씨는 노트르담 사원 입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기 얼굴로 치환한 사진 작품을 거대한 타일벽에 전사했다(<우리는 신을 믿는가>). 이씨의 작품이 볼만하되 예상 답안인 데 비해 양주혜씨는 수수하지만 뜻밖의 답을 내었다. 색점을 그린 타일로써 커다란 테트리스를 만들어 바닥에서 밀고 다니며 다양한 조합을 연출할 수 있게 해 관객의 참여까지 끌어낸 것(<테트리스 209>).

김병호씨는 도자편 또는 도자 대롱에 진동판인 ‘피에조’를 붙여 찌찌거리는 풀벌레들의 합창을 구현했다(<침묵의 축적, 침묵의 무게>). 작은 전자음과 커다른 구조물을 대응시키는 기왕의 작품에서 소재를 달리한 것이기는 하나 도자를 공명 소재로 이용한 게 도드라진다. 야마무라 유키노리는 사찰에서 기와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소원 적어넣기’를 퍼포먼스 대상으로 삼았다(<지붕에 소원을 담아서>).

디자인, 도시 분야에서는 예술과 산업공예의 경계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블루오션이 펼쳐져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와 협력하여 생산해낸 내외장 타일, 세면대가 서울 인사동의 여느 개인전에 출품해도 손색없어 보인다. 내년 3월7일까지. (055)340-7012.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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