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스의 <고스트 타운>(1981년)
[세상을 바꾼 노래 92] 스페셜스의 <고스트 타운>(1981년)
정확히 일 년 전, 세계를 공황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실패로 드러났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곪아 터진 자본주의의 환부를 들추는 과정은 두 개의 익숙한 이름을 역사의 심판대로 소환했다.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 1980년대 세계를 물질주의 무한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두 엔진이었다. 요컨대, 촌스러울 만큼 거대하고 화려했던 동시에 도금 장식처럼 경박하고 단소했던 당대 주류 문화의 양상도 거기서 추진력을 얻었다. “우리는 물질적인 세상에 살고 있어/ 그리고 나는 물질적인 여자야”(‘머티리얼걸’)라고 노래한 마돈나가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던 셈이다.
그런 정황은 역설적으로, 시대의 그늘을 비판한 노래들의 봇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80년대가 발행한 동전의 양면이었다. 물론, 상황의 치열함이라면 레이건의 미국보다 대처의 영국에서 훨씬 강했다. 당시 영국은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요청할 만큼 경제 위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영국 음악계의 사려 깊은 현실 인식은 펑크 록의 광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나타났다. 광산 노동자 파업을 소재로 한 빌리 브래그의 ‘비트윈 더 워스’, 열에 하나꼴로 치솟은 실업률을 다룬 유비포티의 ‘원 인 텐’, 포클랜드 전쟁이 가져온 선박 특수에 일자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정을 다룬 엘비스 코스텔로의 ‘십 빌딩’ 등은 그 자체로 대처리즘에 대한 비판적 매니페스토들이었다. 여기 꿈꿀 기회마저 박탈당한 도시의 젊음을 노래한 스페셜스의 ‘고스트 타운’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였고 그것들 가운데 최고였다.
‘고스트 타운’에서 스페셜스는 자신들의 고향이자 영국의 디트로이트 격인 공업도시 코번트리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했다. “정부는 젊은이들을 방치하고 있어/ 이곳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변해가고 있지/ 이 나라에는 일자리가 없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지/ 사람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네.” 이처럼 신랄한 노래가 3주간이나 영국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켰다는 사실은 당시 시민들의 절망과 울분이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타이밍도 완벽했다. 브릭스턴에서 시작된 빈민 폭동사태가 영국 전역의 도시들로 확산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 펼쳐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초호화판 결혼식은 보통 사람들의 상실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비평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이 노래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25돌이던 1977년에 발표된) 섹스 피스톨스의 ‘갓 세이브 더 퀸’ 이후 최적의 정치적 시의성과 심대성을 띤 싱글”이라고 평했다.
자메이카의 스카 리듬과 펑크 록의 에너지를 결합시킨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표준을 만들어낸 스페셜스는, 탐욕스러운 음악 자본을 비판한 데뷔 싱글 ‘갱스터스’부터 남아공의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한 ‘프리 넬슨 만델라’까지, 시종일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시각을 견지해왔다. 인종을 망라한 멤버 구성을 통해 스스로 흑백 통합을 실천했던 그들은 ‘고스트 타운’으로 마침내 범시민적 연대까지 끌어냈던 것이다. 행복도시라는 아이러니한 약칭 탓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세종시 계획의 분열상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 나타날지도 모를 유령도시를 떠올린다면 이 노래는 안성맞춤의 사운드트랙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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