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문
폴라로이드, 예측할 수 없어 선호
불현듯 찾아오는 이미지에 주목
한국서 첫 전시…떨리고 기대돼
불현듯 찾아오는 이미지에 주목
한국서 첫 전시…떨리고 기대돼
파리에서 만난 ‘사진 거장’
패션사진가 사라 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예쁘다’와 ‘신비롭다’. 사라 문은 한국에도 팬들이 많지만, 인터넷상을 떠도는 몇 장의 이미지 외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아이러니다. 한국어 사진집과 그의 작업 세계를 다룬 에세이조차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몇 컷의 사진으로만 기억되고 있었다. 오는 25일~11월29일 서울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이게 될 사라 문 사진전(한겨레신문사 주최, 02-710-0767)은 30여년간 사라 문이 찍은 패션사진 작품과 개인 작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액자 속의 또 다른 액자처럼 가려졌던 신비의 베일이 전시에서 어떻게 벗겨질지는 관객의 몫이다. 전시에 앞서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당신이 사진을 통해 탈출하듯, 전시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마라’며 사라 문이 건넨 차 한 잔의 향이 아직 은은하다.
-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가?
“폴라로이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식이다. 특히 폴라로이드가 함축한 여러 사진적 의미들에 끌린다. 음화와 양화가 섞여 있고, 불과 1분 전의 시간들이 과거가 되어 분리되어 나올 때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우발성이 흥미롭다. 폴라로이드뿐만 아니라 35㎜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도 사용한다. 디지털은 필름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현대사진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사진이 커지고(big) 있다. 현대라는 가방(bag)에 모든 개념들을 다 담아내려 하고 있다. 콘셉트와 시각이 분명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에 따라 개념만 보이거나, 시각만 도드라지는 경우도 있다. 본능에 따른 작업을 해온 나로서는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대의 반대편에는 뭐가 있을까. 정확히 모르겠다.”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사진은 나에게 아주 긴 작업이고 직업이다. 그것은 ‘즐거운 우연’들로 넘쳐난다. 처음엔 직업으로 시작했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욕심이 생겼을 때는 내 ‘작업’이 되었다. 사진은 내 삶을 지속하게 해주고, 내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혹 작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나는 사진가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오랫동안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촬영하다 불현듯 찾아오는 이미지에 주목한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도 그 이상한 ‘우연’이 아닐까.”
-한국 전시는 어떻게 진행하고 싶은가?
“한국 전시는 떨리고 기대되는 전시다. 지난해 영국의 아르시에이(RCA) 쇼에서 보여줬던 <12345>의 축소판이 될 것이다. 내 사진들이 연대순으로, 소재·주제별로 묶여서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다. 이 전시는 회고전이 아니다. 사진집 <12345>를 엮을 때도 사진과 사진 간에 발생하는 긴장되는 흐름에 집중했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진과 드로잉보다 더 빨리 접하게 된 것이 영화다. 특히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은 사진과 빛을 알려주었다. 영화를 통해 사진에 대한 이해가 커진 것이다.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견습 기간이 있었고 그땐 영화를 만들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0년 뒤, 같이 작업을 했던 동료와 <미시시피 원>을 제작했다. 서투른 음향과 영상의 혼합으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남자와 조숙한 아이를 다룬 영화다.”
-패션사진 작업을 할 때 모델을 직접 선정하는 이유는?
“패션사진은 모델과의 공동 작업이다. 따라서 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모델을 좋아한다. 한 모델과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즉 나와 대상 사이에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에너지가 발생해야 사진이 만들어진다.”
-당신에게 파리는 어떤 의미인가?
“이 도시는 만들어진(ready made) 스토리가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뿌려놓은 신화들이 넘쳐나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나 표현)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파리/최연하 큐레이터(사라 문 특별전 기획)
www.sarahmoonkorea.com
“사진은 나에게 아주 긴 작업이고 직업이다. 그것은 ‘즐거운 우연’들로 넘쳐난다. 처음엔 직업으로 시작했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욕심이 생겼을 때는 내 ‘작업’이 되었다. 사진은 내 삶을 지속하게 해주고, 내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혹 작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나는 사진가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오랫동안 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촬영하다 불현듯 찾아오는 이미지에 주목한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도 그 이상한 ‘우연’이 아닐까.”
남프랑스의 휴가지에서 팔을 괴고 웃고 있는 사라 문(위쪽 사진)과 그의 파리 스튜디오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사라 문의 의자에 앉아 인터뷰 내내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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