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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편한 내 작품…보고나서 말 많겠죠?”

등록 2009-09-23 18:07수정 2009-09-23 19:08

안무가 자샤 발츠
안무가 자샤 발츠
극무용 ‘게차이텐’ 들고 온 안무가 자샤 발츠
“자샤 발츠의 이름을 기억하라. 피나 바우쉬의 왕관은 곧 자샤 발츠의 것이 될 것이다.-<인디펜던트>”

올 6월에 타계한 피나 바우쉬에 이어 독일 ‘탄츠테아터(극무용)’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독일 안무가 자샤 발츠(46). 2004년 <육체>로 ‘인간의 존엄한 신체’라는 관념을 깨고 몸의 물신성과 상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의 무용단 ‘자샤 발츠와 친구들’이 또 다른 화제작 <게차이텐>(25~26일 엘지아트센터)을 들고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건강이 나빠 무용단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게차이텐>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 <게차이텐>은 개인적으로도 또 예술가로서 나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한국의 관객들에게 활발한 논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독일에서 <게차이텐>의 한국 초연을 지켜보고 있는 자샤 발츠는 “5년 전 <육체>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때 나는 한국 사람들과 한국의 문화를 진정으로 즐겼다”고 전해왔다.

“2007년부터 건강이 나빠 해외투어를 삼가고 있다”는 그는 “공연 기간 동안 내 생각과 마음은 한국에 있을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5년에 발표된 ‘조류’라는 뜻의 탄츠테아터 <게차이텐>은 위기와 재난의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에 대한 생태학적 보고서다. 9.11테러, 쓰나미,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캘리포니아 산불, 최근의 신종플루까지 첨단 문명의 21세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재난과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재해들은 미디어를 통해 즉각 중계된다. <게차이텐>에서 16명의 남녀 무용수들은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파괴와 재건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 세계에서 우리가 지켜가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해답을 찾아간다.

“극단의 재앙은 모든 것을 파괴하며, 모두의 운명을 위협한다. 분열과 붕괴 이후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또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가치 있는 생존은 무엇인가?”

자샤 발츠는 “생태학적 위기, 경제적 위기, 인간관계의 위기 시대에 우리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재난에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깊이 느꼈다”고 작품의 동기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파괴와 재생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기와 재난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를 떠나서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라며 “<게차이텐>은 보기가 즐겁다기보다는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를 통해서 환경 보전이나 사회 정의, 아니면 단순히 인간애와 같은 것들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탄츠테아터라는 새 장르를 연 피나 바우쉬와 지난 7월 타계한 위대한 안무가 머스 커닝엄에게 깊은 애정과 존경이 담긴 말을 전했다.

“피나 바우쉬는 무용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피나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은 무용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유산은 지금도 온전히 남아있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앞으로도 계속 활발히 공연되기를 바란다.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안무가 머스 커닝엄도 얼마 전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역시나 그 없이는 오늘날의 미국과 유럽 무용계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분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우리는 굉장히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독일 실험극의 산실로 불리는 베를린 샤우뷔네극장의 예술감독을 지낸 자샤 발츠는 2005년 샤우뷔네극장를 떠나 드라마투르기인 남편 요헨 잔디히와 1993년 공동으로 만든 무용단 ‘자샤 발츠와 친구들’을 이끌고 있다. 2007년 독일의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안무가’에 선정되었고, 2008년에는 유럽연극상의 ‘새로운 극적 현실’ 부문을 수상하는 등 피나 바우쉬를 이어 탄츠테아터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02)2005-011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 인터뷰 전문

-2004년 <육체>로 한국에서 공연한 지 5년 만에 <게차이텐>(Gezeiten)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한국 공연을 앞둔 소감과 당신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무용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엘지아트센터와 <게차이텐>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예술가로서의 나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게차이텐>이 한국의 관객들에 의해 활발한 논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번 엘지아트센터에서 <육체> 공연을 하려고 방문하였을 때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 때 내가 머물면서 만났던 한국 사람들과 한국의 문화들을 진정으로 즐겼다. 나의 건강이 좋지 않아진 2007년부터 투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이번 한국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에 가지 못하여 몹시 미안하고 슬프다. 한국의 관객들이 잘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공연이 무용단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거라 믿으며, 공연 기간 동안 내 생각과 마음은 한국에 있을 것이다.

-<게차이텐>은 어떤 작품인가?

=과거의 자취와 흔적이 증거로 남아있는 무대 위의 방. 그곳은 마지막으로 남겨진 신성한 장소, 마지막 피난처다. 극단적인 재앙은 모든 것을 파괴하며, 모두의 운명을 위협하고, 더욱 깊이 관통한다. <게차이텐>은 삶에 끊임없이 당면하는 문제, 그 변화를 더듬는다. 육체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계층을 추측할 수 있는 특징을 찾으면서 <게차이텐>은 파괴와 재생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분열과 붕괴 이후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다시, 또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가치 있는 생존은 무엇인가?

-작품의 배경은 마침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를 비롯해 ‘9.11테러’, 캘리포니아 산불,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시아를 휩쓴 쓰나미 등 재난을 연상시킨다. 우리의 미래에도 이러한 재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재난과 질병은 자연적인가 아니면 인류가 초래한 것인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환경적인 위기로부터 고통받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천천히 알아차리는 것 같지만 가능한 한 빨리 필요한 만큼의 결과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는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 이것은 자동차 산업이 완전히 그리고 곧바로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하며, 풍력과 태양력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떻게 우리가 우리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관한 개인적인 책임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은 당장에라도 환경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수자원, 친환경적인 식량과 상품들, 다양한 종의 귀중함, 생활 속에서 낭비를 줄이는 태도에 관해 자각하고, 또한 우리의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미래에 관해 생각해 보자.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나 동기는?

=생태학적 위기, 경제적 위기, 인간관계의 위기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 우리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재난에 대처할 것인 지에 대해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우리는 여전히 다른 이들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걸까? 자본주의 정치사회에서 동정심이나 동료애와 같은 가치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필수적으로 통하지도 않는다. <게차이텐>에서 이러한 테마들을 다루고 싶었다.

-이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사용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끔찍한 인간상황과 바흐의 경건하고 종교적인 음악은 뚜렷이 대조된다. 바흐 음악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가장 완전하고도 아름다운 음악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완전무결한 상태의 사회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내게 음악이라는 단어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자체로서 완전하게 존재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또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관극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위기와 재난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를 떠나서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게차이텐>은 보기가 즐겁다기보다는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를 통해서 환경 보전이나 사회 정의, 아니면 단순히 인간애와 같은 것들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타계한 피나 바우쉬는 어떤 안무가인가?

=피나 바우쉬가 그렇게 급작스레 돌아가신 건 실로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피나 바우쉬는 무용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피나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은 무용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유산은 지금도 온전히 남아있다. 피나 바우쉬가 남긴 아름다운 작품들이 앞으로도 계속 활발히 공연되기를 바란다.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안무가 머스 커닝엄도 얼마 전 90살을 일기로 타계했다. 역시나 그 없이는 오늘날의 미국과 유럽 무용계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분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우리는 굉장히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신작이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유럽에 새로 문을 여는 박물관을 위한 작업을 할 예정인데 설치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현존 작곡가의 체임버 오페라 두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무용 작품을 발표할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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