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의 어린이들이 수업이 끝난 뒤 한 줄로 서서 선생님들과 손인사하는 모습. 한금선씨 촬영.
‘꿈꾸는 교실’ 사진전
베트남·라오스 등에서 ‘잃어버린 교실’ 원형 찾아
베트남·라오스 등에서 ‘잃어버린 교실’ 원형 찾아
엄마 등에 업힌 베트남의 화몽족 아기. 모두 전통 의상을 걸쳤고, 띠갑띠 역시 손수 짠 것이다. 엄마의 눈에 자애가, 아기의 눈동자에는 엄마의 모습이 담겼다.(박종우 ‘화몽족 여인’)
서울 중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10월16일까지 여는 사진전 ‘꿈꾸는 교실─더 트레저 위딘’에 가면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 박종우, 성남훈, 한금선, 윤수연, 임종진, 정용일, 남호진 등 국내 작가 7명을 각각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지에 보내 7~10일간 머물며 현지 작가들(8명)과 함께 찍어 온 사진 3만여점 가운데 250여점을 추렸다.
돈이 중심이 된 산업화, 세계화 와중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교실의 원형을 읽을 수 있다. 전시장은 곧 ‘오래된 교실’이라고나 할까.
가르침과 배움은 엄마의 따순 등에서 시작되어 집에서, 학교에서, 또는 집과 학교 사이와 수업과 수업 사이에서 변주를 한다. 세상이 모두 책이고 교실인 것. 학교는 선생님과 아이의 눈맞춤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흙바닥 교실에서 울퉁불퉁 책상에 앉아도 연필을 움켜쥔 손아귀에 의지가 담겼다. 초롱초롱한 눈길과 옹알이 합창에 희망이 그득하다. 이들은 쌀알을 이마에 붙이고 신을 향한 기도를 하면서 밥이 곧 하늘임을, 춤과 예절과 뜨개질을 통해 수천년 고인 세월을, 국기 하강식에서 소속감을 전수받는다.
가장 뼈아프기는 그곳 노인들 모습에서다. 늙음이 추해진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것. 이들은 우리처럼 거리를 헤매며 자기와 흡사한 폐지를 줍거나, 탑골공원에서 죽어버린 시간을 줍지 않는다. 이들은 대지와 사원과 공예관에서 현역이다. 흰머리, 주름진 얼굴, 굵은 손마디는 당당하다. 거기에 밴 신의 지혜와 인간의 기예를 풀어놓아 아이들한테로 흘러들게 한다. 이들은 신과, 자연과, 역사의 대리인인 것이다. 바느질, 뜨개질, 색칠, 종이접기, 음식 만들기 등 손끝에서 손끝으로 옮겨지는 무늬와, 자연과 우주와 신한테서 인간에게로 전달되는 노래와 원형춤을 포착한 작가들의 눈이 무척 따뜻하다.
대지에게서 배우다, 세상이 모두 책이고 교실이다, 꿈꾸는 교실, 아시안 파베르; 일상의 무늬들, 아시안 루덴스 등 5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10월16일까지. 무료. (02)774-3982, 3956(내선104).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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