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만나는 여섯 빛깔 ‘페미니즘’
새달 7~14일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
삼일로창고극장은 옛 명동국립극장(명동예술극장)과 남산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와 더불어 70~80년대 ‘명동문화’를 이끌었던 실험극의 산실이다. 1975년 에저또창고극장으로 출발한 뒤 경영난으로 여러 차례 휴관과 재개관을 거듭하면서도 젊은 실험극의 정신을 놓지 않았다. 올 가을 삼일로창고극장이 오는 10월7일부터 14일까지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로 8번째 실험을 시작한다. 대학로의 연극이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흐르는 것을 우려해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2002년부터 시작한 작은 축제이다. 올해는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주제로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연출가가 뭉쳤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동안 잠시 잊혔던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다시 말해 ‘여성’과 ‘연극의 순수성’을 함께 탐구하는 자리. 첫 물코는 극단 삼일로창고극장의 <비밀을 말해줄까>(10월7~14일)로 튼다. 고 엄인희의 원작을 극단 대표 정대경씨가 연출한 이 작품은 ‘생리전 증후군’(피엠에스)으로 고통받는 한 여자의 삶을 통해 피엠에스가 과연 여성들만의 문제인가를 캐묻는다. 극단 청예의 <상자 속 여자>(김윤미 작·표원섭 연출, 10월17~24일)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 살아온 한 많은 여성의 삶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극단 레지스탕스의 <메데아>(유리피데스 작·김효 연출, 10월 26일~11월 2일)는 그리스의 신화와 비극 속에서 가장 잔인한 악녀로 만들어진 ‘메데아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극단 전원의 <종구씨와 옥순씨의 불편한 권력관계>(강병헌 작·김윤걸 연출, 11월4~11일)는 데이비드 매맷의 원작 <올리아나>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대학교수 종구와 그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대생 옥순간의 다툼을 통해 습관적이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들여다본다.
또 극단 숲의 <미스 줄리>(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작·장익렬 연출, 11월13~20일)는 오만한 백작의 딸 줄리와 하인 쟝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남녀간 성의 갈등, 계급의 갈등, 이상과 현실, 빈부의 격차 등을 그렸다. 극단 손수의 <그녀, 고도를 기다리며>(김국태 각색·김국희 연출, 11월22~29일)는 사무엘 베케트의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의 내용을 여성적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으로 각색했다. 여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고도, 여성들이 기다리는 고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02)6381-45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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