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우리식’ 감성 새로운 해석
노랫말 시적 환상 잘 살려
‘우리식’ 감성 새로운 해석
노랫말 시적 환상 잘 살려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영미권의 공연장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간판 글이다. 이미 공연을 봤지만 여러 차례 다시 관람하는 관객들이 많아서 생겨난 표현이다. 영국 런던에서만 23년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22년 동안이나 막을 올렸지만 아직도 객석을 가득 메우는 인기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에도 <…유령>이 다시 찾아왔다. 우리말 공연이 첫선을 보였던 것은 2001년. 막이 오를 때마다 거둬들인 전대미문의 흥행 실적은 국내 뮤지컬 산업 부흥에 큰 밑거름이 됐다. 파격적인 1년 공연 기간을 목표로 시작된 새 <…유령>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물론 이런 전력에 기인한다. 첫 만남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까? 뚜껑을 연 새 프로덕션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 80년대식 로맨스라 이젠 다소 올드 패션의 느린 감성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령>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다. 샹들리에와 촛불, 보트가 등장하는 무대는 요즘 봐도 더없이 화려하다. 역시 시대를 꿰뚫는 명작은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완성도의 디테일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오랜 명제를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아 반갑다. <…유령>의 번안 무대는 어디서나 똑같다는 홍보 문구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 언어나 문화, 사고 방식에 따라 표현되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영어권이라도 ‘미국 유령’은 섹시한 매력이 있는 반면, ‘영국 유령’은 탁월한 음악적 감성이 돋보인다. 또 ‘오스트리아 유령’이 감미로운 사랑의 화신이라면, ‘함부르크 유령’은 무뚝뚝하고 남성적이다. 우리말로 구현된 ‘한국 유령’의 느낌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유령’의 기괴함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다. 마지막 장면, 면사포를 얼굴에 비비며 읍소하는 대신 너털웃음 속으로 터질 듯한 슬픔을 애써 감추는 유령이 등장하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우리식’ 감성의 새로운 해석 덕분일 것이다. 원작이나 영화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한국 공연만의 ‘매력’인 셈이다. 이지나 연출의 노랫말은 초연보다 듣기 편해 좋다. 영어 의미를 모두 담진 못했지만 시적인 환상이 충실히 살아 있다. 관객의 눈물샘마저 쥐락펴락하는 완급의 템포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장기 공연을 진행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종원/순천향대 교수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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