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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진 앞에서…관객은 영화감독이 된다

등록 2009-10-05 21:14

우자바오-김승곤 교수 ‘사라 문을 말한다’
우자바오-김승곤 교수 ‘사라 문을 말한다’
우자바오-김승곤 교수 ‘사라 문을 말한다’




한겨레신문사가 마련한 ‘패션사진의 살아있는 신화-사라 문 한국특별전’(서울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 즈음해, 이 거장에 정통한 우자바오 타이완 문화대학 교수(사진학, 사진평론)가 한국을 찾았다. 국제 사진전 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사라 문과 오랜 친분을 나눠왔고, 그의 사진 세계에 대한 이해도 깊다. 사진평론가인 김승곤 순천대 석좌교수가 최근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우자바오와 만났다.

김승곤 “동화적 판타지가 상상력 자극…대화해보세요”
우자바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관람이 곧 연출”

우자바오 1970년대 일본 유학 시절, 한 잡지에서 처음 본 사라 문의 작품은 충격이었다. 특히 ‘한 여자가 엄청나게 큰 재봉틀 클러치 속에서 발을 차고 있는 사진’(카샤렐 브랜드, 1982)을 기억한다. 70년대 다큐멘터리·저널리즘 사진 일색이던 일본 사진계에서,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사진들만 보다가 사라의 사진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류의 사진들을 ‘심상(心象)사진’이라 했다.

김승곤 사라의 모델 활동 당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눈이 아주 맑은, 매혹적인 여성이었다. 드디어 한국에서 이 매력적인 사진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우 70~80년대 패션사진은 리처드 애버던, 헬무트 뉴턴 등 남성 작가들이 선도해갔다. 남성 시각에서 본 패션사진 경향은 대부분 선정적이고 쇼킹하다. 그에 비해 사라의 사진은 여성 작가의 섬세한 시각들이 돋보인다.

김 사라의 사진에서 흐린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한 색감은 동화적 세계를 연출한다. 나는 패션사진을 ‘배니티 페어’(미국의 유명한 패션·연예정보지 이름으로 ‘허영의 시장’이라는 뜻)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가공의 세계이고, 옷 입을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허황된 시장’이다. 사라의 패션사진은 상품은 보이지 않고 상징들만 보인다. 그의 작품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왜 모델은 항상 아름다워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모델을 쓰는가?’란 질문이 화두였고 그에 대한 답으로 차별된 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김승곤 교수, 우자바오 교수
왼쪽부터 김승곤 교수, 우자바오 교수
우 사라 문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과거 그가 자란 프랑스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1950년대 프랑스 영화는 고독, 사회에서의 소외, 격리 등이 주제로 많이 등장했다. 개인의 내면세계를 짙게 그린 영화들은 10대의 사라 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김 영화의 영향은 그의 사진에서 스토리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동화의 세계, 판타지, 유년의 향수들이 작품을 이끌어왔다. 이것은 <서커스>라는 그의 영화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우 사라의 사진은 관객이 또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들을 그루핑하거나 몇 개의 작품들을 병치시킨다. 처음엔 혼돈스럽지만 우울과 공포,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방식 자체가 한 편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이 적극 감독하는 ….

김 사진은 ‘사실’이고 ‘실재’하는 것을 담는다. 이 때문에 시나 소설, 영화에 비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사라는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일부러 상을 흐릿하게 하거나, 입자를 거칠게 하고, 독창적 컬러를 통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형식들은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통로다.

우 전시장에서 어두운 조명 아래 다닥다닥 붙은 사라의 사진은 혼돈을 안겨줄 수 있다. 마치 시를 읽는 데 글자를 크게 할 필요가 없듯, 깊이 음미하기 위해, 관객들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 전시장은 작가가 의도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디스플레이다.

김 영화 <서커스>에도 함축돼 있는데, 사라 문이 만든 광고, 영화의 결말은 모두 슬프고 어둡게 끝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관객에 따라 슬플 수도, 기쁠 수도 있다. 복잡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대에 그의 사진이 더욱 와 닿는 이유다. 전시장에서 되도록 집중해서 보고, 사라 문의 작품과 대화하듯 관람했으면 좋겠다.

정리 최연하(‘사라 문 한국특별전’ 큐레이터), 사진 한겨레신문사 사업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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