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환각인가 2002년작 <네바강>(71.2×59㎝). 사라 문의 작품에서 많이 표현되는 자연의 어두움은 그의 사진을 판타스틱하면서 악몽 같은 그림으로 완성시킨다. 이 사진은 영화 <서커스>의 한 장면으로, 주인공 제인의 앞날을 예고하는 복선으로 깔리게 된다. “어느 비 오는 날,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 그리고 어느 순간, 일초도 안 된,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내가 안이 아닌 밖에서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사진은 꿈을 그린 것인가? 아니면 환각인가?”
[내가 느낀 사라문]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미 서구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사진 전시와 컬렉터들이 급증했다. 필자도 2년 전 의미 있는 사진전을 열고 싶어 전문가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유럽과 미국 사진작가들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사라 문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이 풍기는 프랑스적인 노스탤지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2007년 봄 전시 섭외를 위해 그의 파리 저택을 직접 찾았다. 이듬해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던 사라의 집 안에는 작업실처럼 작품들이 산적해 있었고 작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몽환의 세계에 갇힌 듯 보였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꿈꾸는 소녀의 모습이었고, 그의 눈은 보고 싶은 것을 갈구하는 듯 날카로우면서도 아련한 시선을 담고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가냘픈 음성은 작업 이야기를 할 때면 몹시 흥분하여 들뜬 소녀처럼 변했다. 같은 해 가을 필자의 화랑에서 사라 문, 프랑수아즈 위기에, 구본창, 민병헌씨의 4인전이 열렸다. 사라의 작품을 국내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그때만 해도 국내 패션계의 몇몇 분들과 사진계 전문가들만이 그의 명성을 알고 있었는데, 불과 2년 만에 다시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정말 기쁘다. 이 가을에 우리의 마음을 몽환적 세계로 이끌면서 인생을 깊이 있게 되새겨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라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본 사라 문의 15분짜리 영상 작품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보는 이의 혼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 같았다. ※ 사라 문의 한국특별전은 11월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서 열립니다. (02)710-0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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