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컬티즌 ‘뱃사람’
이호재·정동환 등 호화배역
극단 컬티즌 ‘뱃사람’ 주목
극단 컬티즌 ‘뱃사람’ 주목
50대 막장 인생들이 있다.
허구한 날 술에 절어 싸움질이나 하고, 급기야 사람까지 패 죽이고, 그 죄책감 때문에 한밤중에 자다가 악몽 때문에 비명을 질러대는 개차반. 술 때문에 실명하고도 술병을 달고 사는 알코올 중독자. 술김에 사기를 쳐서 목숨을 끊게 하고 술집마다 출입금지 당하는 인생 패배자. 술로 인생을 망쳤는데도 이 주정뱅이들의 흐릿한 의식에는 오로지 술뿐이다. 과연 그들의 삶에도 희망이나 가치가 있을까?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술주정뱅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단 컬티즌의 연극 <뱃사람>이 8일부터 18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코너 맥퍼슨이 쓴 작품은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더블린의 허름한 지하방을 배경으로 다섯 막장 인생들이 우연히 악마와의 한판 카드 게임으로 영혼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지독한 술판 속에서 용서와 화해,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호재(68), 정동환(61), 이남희(47), 이대연(45), 이명호(40) 등 한국연극계를 대표하는 다섯 남자배우의 호화배역이 눈부시다. 게다가 40대 답지 않게 담백하면서 진지한 연출가 이성열(47), 뛰어난 연극전문 번역가 성수정, 탁월한 무대디자이너 손호성 등 스태프진도 예사롭지 않아 지난해부터 대학로의 입소문을 달고 다녔다.
“나 사는 것 같아.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도 눌려 살지 않고 지 마음대로 살아. 소리지를 것 마음대로 지르고 타협할 것 다 타협해가면서 사는 인물이 재미있어. 그 인물들이 따지고 보면 각각이 다 똑같아. 어찌 보면 우리 이웃 이야기 같기도 하고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하고…”(이호재)
“교훈 연극이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고 그 안에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하는 그런 작품인 것 같아. 다섯 인물이 굉장히 평범하고 쓰잘데 없는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악마 록하르트가 오히려 감동받고 감화되어서 ‘너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평화가 내가 마지막 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잖아.”(정동환)
5일 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첫 무대 리허설을 마친 배우들은 “다섯 남자배우만 출연하는 데다 뚜렷한 주제나 특별한 무대장치,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 등이 없어서 밋밋할 것 같지만 배우들만의 진지한 연기로 무대가 꽉 차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남희씨는 “배우들끼리 연극 속에서 부딪히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해주고 받쳐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니까 더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작품의 폭이 탄탄하게 넓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극이라는 게 (치고받는) 액션과 리액션인데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액션과 리액션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감정선을 따라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제목은 ‘뱃사람’이지만 샤키만이 전직 어부였을 뿐 진짜 뱃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 위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고생스럽고 불안한 가운데, 정처없이 떠돌며(A.D 755년경 작자 미상의 뱃사람의 노래)”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헤쳐나온 늙은 다섯 남자뿐이다. 이호재씨가 최근 알코올 중독으로 눈이 먼 괴팍한 아일랜드 노인 리처드 하킨 역을 맡았고, 이남희씨는 그의 동생으로 사고뭉치이자 인생 실패자 샤키 하킨 역으로 나온다. 또한 이대연씨는 이들 형제의 오랜 친구인 어리숙한 아이반 커리 역으로, 이명호씨는 샤키의 전처 에일린과 살면서 이 형제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니키 기블린 역을 맡았다. 정동환씨는 샤키의 영혼을 빼앗으려고 술주정뱅이 카드 도박사 록하르트의 몸을 빌린 악마로 분장했다. 실제로 대학로에서 소문난 술꾼들인 다섯 배우는 밤늦게 연습을 끝내면 ‘주신’ 이호재씨의 주도로 대학로 곳곳의 술집을 순례하곤 했다. 이대연씨는 “다들 술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알코올 중독자이면서 여러 가지 구린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습 후에는 술집 순례를 한다”며 “술을 한잔 마시고 그 기분을 느끼면서 작품 내용이나 인물, 또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귀띔했다. 연습 도중 다리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깁스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이명호씨도 “모처럼 대선배들과 연습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 또 무대에 함께 선다는 사실이 기쁘고도 가슴 설렌다”고 밝게 웃었다 서른여덟의 원작자 맥퍼슨은 이미 1990년대 중반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등 세계 연극의 주요 무대에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젊은 작가이다. 국내에는 <거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둑>으로 영국의 3대 연극상을 휩쓸었으며 <럼과 보드카>, <더블린 캐럴>, <샤이닝 시티> 등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연극 <뱃사람>의 영국 공연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짐 노튼은 2007년 올리비에상 연기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토니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02)765-5476.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작품 제목은 ‘뱃사람’이지만 샤키만이 전직 어부였을 뿐 진짜 뱃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 위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고생스럽고 불안한 가운데, 정처없이 떠돌며(A.D 755년경 작자 미상의 뱃사람의 노래)”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헤쳐나온 늙은 다섯 남자뿐이다. 이호재씨가 최근 알코올 중독으로 눈이 먼 괴팍한 아일랜드 노인 리처드 하킨 역을 맡았고, 이남희씨는 그의 동생으로 사고뭉치이자 인생 실패자 샤키 하킨 역으로 나온다. 또한 이대연씨는 이들 형제의 오랜 친구인 어리숙한 아이반 커리 역으로, 이명호씨는 샤키의 전처 에일린과 살면서 이 형제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니키 기블린 역을 맡았다. 정동환씨는 샤키의 영혼을 빼앗으려고 술주정뱅이 카드 도박사 록하르트의 몸을 빌린 악마로 분장했다. 실제로 대학로에서 소문난 술꾼들인 다섯 배우는 밤늦게 연습을 끝내면 ‘주신’ 이호재씨의 주도로 대학로 곳곳의 술집을 순례하곤 했다. 이대연씨는 “다들 술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알코올 중독자이면서 여러 가지 구린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습 후에는 술집 순례를 한다”며 “술을 한잔 마시고 그 기분을 느끼면서 작품 내용이나 인물, 또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귀띔했다. 연습 도중 다리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깁스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이명호씨도 “모처럼 대선배들과 연습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 또 무대에 함께 선다는 사실이 기쁘고도 가슴 설렌다”고 밝게 웃었다 서른여덟의 원작자 맥퍼슨은 이미 1990년대 중반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등 세계 연극의 주요 무대에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젊은 작가이다. 국내에는 <거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둑>으로 영국의 3대 연극상을 휩쓸었으며 <럼과 보드카>, <더블린 캐럴>, <샤이닝 시티> 등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연극 <뱃사람>의 영국 공연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짐 노튼은 2007년 올리비에상 연기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토니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02)765-5476.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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