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극 ‘왕의 춤’
무악극 ‘왕의 춤’ 12~13일
‘태양왕’으로 불렸던 프랑스의 전제군주 루이 14세(1638~1715)는 젊은 시절 몹시 발레를 사랑했다. 그는 무용 교사로부터 매일 무용 수업을 받았고 15살에는 1653년에 공연된 발레 <밤의 발레>에서 직접 아폴로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서양 무용사 최초의 발레스타였던 그를 그린 영화 <왕의 춤>이 몇 해 전 개봉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 루이 14세보다 150년가량의 춤 선배가 있으니 조선의 왕 연산(1476~1506)이다. 처용무(풍두무)의 명무였던 연산은 궁궐에서 굿이 벌어지면 직접 처용의 가면을 쓰고 흥청(興淸)들과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 ‘연산 일기’에 남아있다. ‘흥청망청 쓴다’의 흥청은 연산군이 뽑은 예쁘고 춤 잘 추는 궁녀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전통공연 전문단체인 ‘축제의 땅’이 연산을 중심으로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무악극 <왕의 춤>을 12~1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12회째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의 국내 초청작이다. 걸출한 전통공연 기획자 진옥섭(44) 축제의 땅 대표가 하용부(54·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보유자), 김운태(46·채상소고춤 명수), 진유림(53·이매방류의 승무와 살풀이춤 이수자), 박영수(46·봉산탈춤 명수) 등 이 땅의 쟁쟁한 명무들을 모아 연산이 사랑했던 <처용무>와 풍물의 <판굿>을 바탕으로 90분간의 ‘액션블랙버스터’를 만들었다. 가면극, 무굿, 풍물 등 전통 무용을 한자리에 모은 일종의 굿판이다.
특히 굿의 승패를 가늠하는 군무를 완성하기 위해 김운태의 조련으로 어린 춤꾼 김혜안(10), 강혁준(14)군을 비롯해 단원 20여명이 지난 11개월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제주민속촌에서 하루 3회의 공연을 하면서 합숙훈련을 했다.
공연은 연산에게 벼슬을 받고 남으로 낙향한 광대가 이룬 상상의 섬마을 홍포리를 배경으로 삼아 극 중 극으로 펼쳐진다. 해마다 시월이면 마을에서 촌장(하용부)의 주재로 굿을 하는데, 폐위되어 강화에서 숨진 연산을 위한 해원굿 ‘연산새남’이다. 마을을 연 광대 조상 풍무(김운태), 연산(박영수), 장녹수(진유림) 등이 등장해 연산의 삶과 춤을 처용무, 솟음벅구, 너울춤 등으로 풀어낸다. 또한 ‘오채질굿’과 ‘오방진’으로 짜인 판굿(상쇠 양호성)과 영무 등이 어우러진다. 공연에는 장구, 꽹과리, 피리, 대금, 아쟁, 해금 등 국악기로 이뤄진 연주단(음악감독 정영만)이 살풀이의 ‘시나위’와 승무의 ‘대풍류’ 등 대표적인 민속악을 선보인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은 “시댄스에서 전막 공연으로 제작해 초연되는 <왕의 춤>은 정교하고 깊이 있는 우리의 춤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욕심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02)3216-118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시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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