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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문샤이너스 ‘눈치도 없이’ 가시돋친 음악

등록 2009-10-13 18:32수정 2009-10-13 21:47

문샤이너스의 멤버들. 왼쪽부터 손경호(드럼), 최창우(베이스), 백준명(기타), 차승우(보컬, 기타).
문샤이너스의 멤버들. 왼쪽부터 손경호(드럼), 최창우(베이스), 백준명(기타), 차승우(보컬, 기타).




‘노 브레인’ 출신 차승우의 새 밴드

소설가 김연수 노랫말 참여 화제

첫 앨범 30곡중 상당수 ‘방송불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불만 토해

록 밴드 노 브레인의 1집 <청년폭도맹진가>(2000)는 한국의 펑크 역사뿐 아니라 대중음악 역사를 통틀어서도 명반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가장 훌륭한 펑크 앨범으로 꼽히는 이 앨범은 음악 관계자들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목록에서 수많은 선배들의 작품들을 제치고 26위를 기록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밴드 문샤이너스의 리더인 차승우는 바로 그 <청년폭도맹진가>를 만든 주역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촉망받는 ‘기타잽이’로 입소문이 났으며 노 브레인을 통해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영화 <고고 70>에 데블스의 기타리스트인 만식 역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문샤이너스는 차승우가 노 브레인을 탈퇴하고 만든 밴드다. 음악적인 견해 차이와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차승우는 자신이 만들었던 노 브레인을 나왔고, 일본 유학 뒤 펑크 음악만이 아닌 좀더 다양한 음악을 아우를 수 있는 로큰롤 밴드 문샤이너스를 결성했다.

“원래부터 록 음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1950~1960년대 로큰롤 음악을 좋아했어요. 노 브레인 시절에는 워낙 펑크 밴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구현하기엔 어려운 점이 좀 있었죠. 일본 유학 시절 로큰롤 밴드를 했는데 그때도 한국말로 로큰롤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어요.” “편하고 안락한 삶보다는 스펙터클하고 모험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 제목을 지었다는 문샤이너스의 첫 앨범 <모험광백서>에는 로큰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노래 30곡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청년폭도맹진가>가 그랬듯이 이번 앨범 역시 시디 2장으로 구성된 더블 앨범이다. 첫 앨범을 더블 앨범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부터 모험으로 보였다.


문샤이너스 <모험광백서>
문샤이너스 <모험광백서>
“원래는 3장의 시디로 만들까도 생각했어요. 2006년 결성한 뒤에 만들어놓은 곡들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는데 ‘배설’이라는 차원에서 그 곡들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모든 멋쟁이 로큰롤 밴드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다 크로스오버를 추구했다는 거예요. 장르적으로 자유로웠고, 저도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을 했구요. 전형적인 8비트 로큰롤, 컨트리, 개라지 록, 펑크 등의 음악들을 다 담다 보니까 곡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죠.”

앨범에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이 많다. 완벽한 사운드를 위해 독일과 미국에서 마스터링 작업을 한 것, 피아니스트 계수정과 첼리스트 성지송 등 의외의 인물들이 앨범 세션을 위해 참여한 것, 신중현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엽전들의 행성으로’라는 노래를 만든 것 등이 그렇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최근 각광받는 소설가 김연수씨가 ‘눈치도 없이’란 노래의 가사를 써준 것이다. 상당한 음악 애호가로 알려진 김씨는 문샤이너스를 위해 다소 능청스러운 가사를 써줬고, 차승우와 김씨는 서로의 가사와 곡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로큰롤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기획 공연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노 브레인이 분노의 상징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내뱉는 메시지는 거침 없었고 거칠었다. 노 브레인이란 이름의 ‘노’가 ‘성낼 노(怒)’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차승우는 그 분노의 중심이었다. 예전과 같은 분노는 좀 사그라진 것 같다고 하자 “지금은 더 뒤틀어져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전엔 직설화법으로 분노를 토해냈다면 지금은 약간 은유적으로 뒤틀어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는 그대로예요. 요즘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어떻게 안 그러겠어요.(웃음)”

현재 문샤이너스의 곡들은 상당수가 방송 심의에서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유령의 숲’이란 노래에 나오는 “외팔이 신사”란 가사는 ‘장애인 비하’로, ‘오리보트’란 노래에 나오는 “나는 권총을 들고서 일어서네”란 가사는 ‘자살 조장’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이란 말이 크게 와 닿았다.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로스 로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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