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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기운생동 ‘겸재 봉우리’ 장엄하다

등록 2009-10-15 18:29수정 2009-10-15 22:28

기운생동 ‘겸재 봉우리’ 장엄하다
기운생동 ‘겸재 봉우리’ 장엄하다
삼성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정선 특별전’
쿵! 한 방에서 200여년 전 금강산과 인왕산이 한꺼번에 솟았다. <인왕제색도>(위 사진)는 대바위 두르고서 왕처럼 주위를 내려보고 <금강전도>는 용틀임하는 내금강 치마폭을 선연하게 들춰낸다. 아득하고 먹먹하고 묵묵한 한순간, 어느새 방 안은 시공을 벗어난 첩첩산중, 오솔길로 변한다.

두 걸작을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이 가을 그림 감상의 절대지존이다. 그의 붓질이 있어 금강산의 울컥한 진경과 인왕산에 깃든 숭고한 감성의 심연을 한자리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누워서 명승을 즐긴다’는 와유의 경지에 비할 만한 겸재 명품과의 만남이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내년 3월28일까지, 02-2014-6900)에서 펼쳐지고 있다.

겸재 사거 250주기를 맞아 ‘정선과 18세기 화가들’이란 제목 아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등의 겸재 명작들과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같은 후배 화가들 작품을 고미술관 2층에 걸었다.

관객의 시선을 단연 지배하는 건 안쪽 중앙에 내걸린 <인왕제색도>의 장대한 먹빛 암반이다. 푸른빛 선뜻 비치는 먹을 여러차례 뉘여 겹으로 칠하며 먹색을 쌓으니 천만년 영겁 풍상 겪은 화강암 덩어리 인왕산의 장엄한 얼굴이 되었다. 그 오른편 옆에 내걸린 <금강전도>는 펄펄 솟구쳐 오르는 암봉들의 수직적 기세와 은밀하게 엉켜드는 나무 덮힌 토산의 관능적 동선이 새삼스럽다.

양대 걸작 못지않게 눈길 끄는 화제작은 10여년 만에 공개되는 <봉래전도>(아래 사진)다. 좌우 횡축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내금강 어귀 장안사부터 만폭동 계곡 거쳐 정양사, 꼭대기 비로봉에 이르는 내금강의 파노라마 경관을 수평 흐름으로 담담히 펼쳐놓아 겸재의 호방한 금강산 그림들과는 또다른 아취를 풍긴다.

힘차고 거친 붓질로 꼬여 올라가는 노송의 기운 생동을 담은 <노백도>, 발기한 남근을 떠올리게 하는 바위 무리들의 상승감이 화면 가득한 <내연산 삼용추>가 풍성한 양기를 내뿜는다. 잔잔하고 차분한 심사정의 <방황자구산수도>, 단원의 <격룡신선도>, 유석장의 <묵죽도>가 뒤이어 나오며 감상의 뒷맛을 가다듬게 한다.

내친김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의 겸재 특별전(11월22일까지, 2077-9000)으로 달린다. 최근 공개된 겸재의 색다른 풍속기록화 <북원수회도>, 36살 때 금강산 사생기록인 <신묘년 풍악도첩> <장동팔경첩> <사직송도> 등의 명품들을 리움 명품과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삼삼하다.

독일 수도원이 소장하다 2006년 돌려준 겸재 화첩은 다소 낯선 색감과 구도가 눈을 비비게 한다. 중국 고대 시인이 논한 시의 품격 24가지를 그림으로 옮긴 <사공도시품첩>은 당대 최고 지식인 겸재의 지성이 살아 숨쉬는 보고다.


화첩이 많아 1~2주 간격으로 전시 그림이 바뀐다. 겸재 마니아들은 행복한 발품을 팔아야 할 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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