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이 앤디 워홀을 만났을 때
최민화 ‘20세기 회화의 추억’
익숙한 대중스타 얼굴 불러내
거장들 화풍에 유쾌한 짝짓기
익숙한 대중스타 얼굴 불러내
거장들 화풍에 유쾌한 짝짓기
참 별일이다. 코미디 거장 채플린이 뭉크의 회화에서 절규하고, 액션배우 이소룡이 고흐의 밀밭에 들어가 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먼과 험프리 보가트는 클림트의 키스를 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뒤샹의 콧수염을 달고 있다.
또 붉은 입술의 제임스 딘은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으로, 오드리 헵번은 피카소의 큐비즘으로 분해 조립돼 있다.
다름 아닌 작가 최민화(55)씨의 능청스런 조화다. 느닷없이 불려나온 20세기 거장 화가들과 대중스타들이 최씨의 주선으로 짝짓기를 해 서로의 작품 속으로 들어간 것. 이렇게 어우러진 그들이 ‘20세기 회화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1월3일까지 선보인다. 최씨가 1992년부터 진행해오던 ‘20세기 시리즈’의 하나다.
20세기는 회화의 기법이 가장 많이 나온 시절. 시대의 반항아인 화가들이 만들어낸 기법은 곧 이데아, 신, 도덕 등 전통에 대한 거부다.
그들은 냄새와 고함을 그리고, 모사를 모사하고, 입체를 화면에 터뜨리고, 피부를 벗겨내기도 했다.
최민화씨 역시 금기에 도전해온 작가. 최씨가 그들을 친구처럼 불러내 20세기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최씨가 금기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를 몸으로 살아왔기 때문. 무겁고 장중한 대가들의 고통에다 대중스타들의 즐거움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대중한테 즐겁게 다가가려는, 최씨 나름의 농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씨는 대가들이 살아왔다면 이렇게 그렸을 것이라는 추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최씨가 대가들의 비법을 꿰고 있기 때문. 그는 습작 기간 중 수많은 모사를 통해 대가들의 비밀을 터득한 탓에 작가들의 원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스타들을 불러들여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것. 혹시 접신의 경지는 아닐까.
최씨는 또 하나의 농담을 하는데, 달력, 포스터 등의 원본과 대가 9명의 작품으로 된 시리즈의 끝에다 최민화 풍으로 그린 분홍빛 버전을 덧대어 10장으로 만들었다. 대가들 틈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그들과 동격이 된다. 낄낄거리든 고개를 주억거리든 판단은 관객 몫이다. (02)736-1020. 임종업 선임기자
최씨는 또 하나의 농담을 하는데, 달력, 포스터 등의 원본과 대가 9명의 작품으로 된 시리즈의 끝에다 최민화 풍으로 그린 분홍빛 버전을 덧대어 10장으로 만들었다. 대가들 틈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그들과 동격이 된다. 낄낄거리든 고개를 주억거리든 판단은 관객 몫이다. (02)736-1020.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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