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뮤비’ 벌주려다 횡재만 안기다

등록 2009-11-17 18:44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머니 포 너싱>(1985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머니 포 너싱>(1985년)
[세상을 바꾼 노래 99]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머니 포 너싱>(1985년)
아이러니는 뮤직 비디오의 생래적 특성이다. 음악을 담은 영상인 동시에 영상에 담긴 음악이고, 역동적인 영상 작품인 만큼이나 효과적인 상품 광고이며, 난해하리만치 진보적일 수도 있고 짜증날 정도로 진부할 수도 있는 기이한 매체인 것이다. 그런 속성을 통해 뮤직 비디오는, 비평가 솔 오스털리츠의 말마따나, “아방가르드 영화와 텔레비전 광고 사이의 어디쯤”에서 대중음악의 작품성과 상품성 사이 역학 관계를 측정하는 저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뮤직 비디오를 비판하기 위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 록그룹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방식과 그렇게 만들어져 뮤직 비디오의 혁신을 이룬 ‘머니 포 너싱’의 성과는, 그러므로 엠티브이 시대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볼 것이다.

영국 저널리스트 돈 왓슨은 뮤직 비디오가 선전하는 것은 비단 레코드뿐만이 아니라고 썼다. “팝 문화가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상업 광고에 이보다 근접했던 적은 없다.” 선망과 질투의 대상으로서 스타라는 물신을 홍보하는 뮤직 비디오의 그런 이면을 ‘머니 포 너싱’은 전자상가 노동자의 일인칭 서술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건 일이라고 할 수도 없어 / 엠티브이에 나와서 기타나 튕기며 /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벌고 마음대로 여자들을 얻지.” 반반한 얼굴 덕에 불로소득을 얻는 스타를 꼬집은 것이다. 그런 구절은 주인공의 ‘진짜 노동’과 그가 처리하는 ‘진짜 상품’을 다룬 후렴 부분에서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우린 전자레인지를 설치하고 주문제작 주방기구를 배달해야 해 / 우린 냉장고를 옮기고 컬러 티브이를 날라야 한다고.”

노래의 직설적 메시지로 판단할 때, 애초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비디오를 제작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로 보인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뮤직 비디오라는 미디엄 자체를 믿지 않았던 그룹 리더 마크 노플러의 태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머니 포 너싱’의 성공은 그를 설득해 비디오를 만들게 한 연출가 스티브 배런의 역할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배런은 ‘머니 포 너싱’의 클립에서 당시 첨단 기술인 3디(D)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뮤직 비디오의 기술적 수준을 격상시켰는데, 같은 해 선풍적 인기를 누린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비디오 또한 그의 작품이었다. 노래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언급된 엠티브이가 ‘머니 포 너싱’의 화제몰이에 조연 노릇을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개국 방송 첫 곡으로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를 송출했던 채널답게, 엠티브이는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에 담긴 풍자를 도리어 홍보에 사용해 예의 상업적 감각을 발휘했던 것이다.

사실, ‘머니 포 너싱’은 그 자체로 훌륭한 노래이기도 하다. 특히, 노플러의 예리한 리프는, <롤링 스톤>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타 연주 100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로 돋보인다. 게다가, 얘기를 건네듯 읊조리는 그의 음성은 뮤지션 스팅의 백그라운드 보컬과 결합해 노랫말의 냉소를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머니 포 너싱’은 대중문화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두 가지 매개인 로큰롤과 뮤직 비디오를, 가장 완숙한 단계로 끌어올림으로써 각각의 근본을 성찰하도록 만든 당대의 화두로 남았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