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씨
20여년간 옛다리 사진찍은 최진연씨 전시회
“옛 다리에는 옛 사람들의 애환과 전설이 담겨있어요. 이야기 창고라고나 할까요?”
20여년 동안 산천을 떠돌며 버려진 옛 다리를 찾아내 사진으로 담아온 최진연(사진)씨가 26일부터 한양대 박물관에서 ‘다시 옛 다리를 건너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연다. 그동안 100군데가 넘는 옛 다리와 다리 비문을 확인한 결과물들 가운데 60여점을 골랐다. 최근 발견된 서울 옥인동 기린교(추정)와 몇 년 사이 매몰된 충남 논산의 돌다리, 강원도 정선 동강의 흙다리와 나무다리 등 사라진 옛 다리 사진들이 포함됐다.
지난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최씨는 산성을 찍기 위해 속리산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새 길이 뚫리고 경지 정리가 되면서 옛 다리는 거의 멸실되고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50여개뿐입니다. 대부분 잡풀 속에 묻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실정입니다.”
그는 충남 논산시 성동면 들판에 놓였던 돌다리를 예로 들었다. 1991년 제보를 받고 현장 사진을 찍어 문화재관리국에서 실측까지 마쳤지만 93년 농지 정리를 한다면서 3~4미터 땅 속에 묻어버렸다. 그 후 언론의 지적으로 관할 시청에서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잊혀져 있다.
“일년에 절반은 산과 들에서 살다보니 주위 사람들은 돈벌이는 안 하고 미친 짓을 한다면서 흉을 봅니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고 보니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차곡차곡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옛 다리 작업은 최씨의 본업이 아니다. 애초 시작은 옛 성곽. 촬영을 시작할 때만해도 전국에 1300여 곳뿐이라고 했는데 최근까지 조사를 통해 2400여 곳의 성곽이 새로 발견됐다. 여러 연구 기관과 학회들이 생겨나 이뤄낸 성과들이지만, 그는 자신의 성곽 사진 작업이 이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