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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매혹적이었던 하이든 만찬

등록 2009-11-26 22:39

아담 피셔의 하이든필 내한공연
아담 피셔의 하이든필 내한공연
[리뷰] 아담 피셔의 하이든필 내한공연
하이든의 관현악은 그동안 후기 낭만파 시대의 대편성 음악에 밀려 국내 클래식 콘서트에서 홀대를 받기 일쑤였다. 하나 지난 25일 밤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아담 피셔와 하이든 필하모니의 내한 공연은 하이든 음악이 주요리 앞에 곁들이는 전채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작곡가가 남긴 관현악 두 편과 협주곡 두 편으로만 프로그램이 짜인 이날 연주회는 푸짐한 코스의 만찬이었다.

하이든 필하모니가 빚어내는 음향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따스하고 담백하며 편백나무 같은 그윽한 향기를 자아냈다. 회장 안을 푸근한 기운으로 가득 감싸준 목질 화음의 일등 공신은 나긋나긋한 질감과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는 바이올린 파트였다. 여기에 첼로 세 대와 더블베이스 두 대가 안정적인 저음으로 받쳐주었고, 목관 파트가 감칠맛을 더했다. 물론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 아담 피셔의 통솔력도 돋보였다. 그는 시종 온화한 미소를 띠며 자연스러운 흐름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첫 곡은 <트럼펫 협주곡 내림 마장조>. 독주를 맡은 한스 간슈의 트럼펫은 그의 고향이자 활동 본거지인 오스트리아 빈의 초저녁 풍광을 그려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음량이 풍성하고 울림은 청아하였다. 트럼펫 악기의 매력을 멋들어지게 전달한 수연이었다. 두 번째 곡은 <교향곡 45번 ‘고별’>. 조명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단원들이 하나둘씩 무대에서 퇴장하는 종악장이 초연대로 재현되었다. 짙어진 어둠 속에서 마지막 자리에 남은 바이올린 주자 두 명이 엮어내는 가냘픈 약음이 애잔한 여운을 남겼다.

휴식 뒤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등장해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하였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녹음한 음반·영상물(도이치 그라모폰)보다 한층 대담한 해석을 선보였다. 고전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빠른 속도감과 유려한 활놀림으로 거침없이 곡조를 노래하였다. 때로는 다소 거칠다는 느낌까지 줄 만큼 불같은 열정으로 현을 긁어대어 청중들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마지막 곡은 <교향곡 104번 ‘런던’>. 전아한 품위와 역동적인 생기가 공존하는 명연으로 당일 콘서트의 절정이었다. 기민한 운동성으로 움직이는 현악군이 음악에 강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대 뒤와 옆에서 호른 주자가 숨은 채 연주를 하여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오페라 <보상된 지성> 서곡은 이색적인 앙코르였다. 이영진 고전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고양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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