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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붓질이 지난 자리, 현실이 그림 되다

등록 2009-12-01 19:07

붓질이 지난 자리, 현실이 그림 되다
붓질이 지난 자리, 현실이 그림 되다
조각·회화·사진 넘나드는 작가 유현미
이번엔 작업과정 ‘단편 드라마’ 선보여




조각, 회화, 사진을 넘나드는 작가 유현미씨는 시를 쓴다. 아니, 시를 쓰는 작가가 세 장르를 넘나든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백색 오브제에 색과 그림자를 부여하고 이를 공간에 배치한 다음 사진으로 완성하는 유씨의 작업과정은 소재를 선택하여 시어들의 조합으로 작가의 감성을 나타내는 시쓰기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

창백하게/ 색 바랜 사진// 바람이/ 색들을 가져가 버렸는가// 나의 목을/ 휘감은/ 가느다란 주름들// 시간은/ 비릿한 푸른 피를/ 뚝뚝 떨구며/ 자신은 무죄라 한다. 유씨의 자작시 <블루> 전문이다. <블루>는 바위에 놓인 윗도리를 그리고 찍은 <컴퍼지션(재킷)>에 선행한다. 시어머니인 김남조 시인이 자신의 작품과 자작시를 보고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는 귀띔이다.

유현미 작가가 또 하나의 장르를 새로 넘었다. 애송이 감독의 20분 영상작품 <그림이 된 남자>. 작가 자신의 작업과정을 단편 드라마로 만든 것. 젊은 남자가 혼자 사는 원룸에 갑자기 들이닥친 한 떼의 칠쟁이들. 이들은 원룸의 모든 공간과 집기, 집물에 흰 젯소(초벌제)를 칠한 다음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일상이 소거된 음울한 청색으로 도색한다.(위 사진) 소파에 강제로 앉혀진 주인은 한번의 붓질로 손목이 소파에 묶이고 몇 차례 붓이 오가면서 하나의 표정으로 굳어진다. 칠쟁이들이 물러가고 눈동자만 제 색깔인 주인이 홀로 남겨진다.(아래 사진) 암전. 미술관에 작품을 감상하러 온 그는 유현미 작가의 작품 속에서 또다른 자신과 눈동자를 마주친다.

이 작품은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작업실 2층에 세트를 만들어 한달에 걸쳐 완성했다. 특이한 것은 씨제이화음체임버와의 협업. 작품에서 테마를 얻어 작곡한 곡을 전시장에서 연주해온 화음체임버에서 이번에는 작가의 요청으로 작업과정에 참여해 영상음악을 맡았다. 작곡자는 서울시립대 이소연 교수. 화음체임버 박상연 감독은 녹음 4시간, 편집 7시간이 걸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작품과 영상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내년 1월17일까지 삼청동 몽인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736-1446~8.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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