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가 다섯 곡짜리 새 앨범을 선보이며 5년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왼쪽 위부터 기타를 맡은 성기완, 드럼 손경호, 베이스 김남윤. 맨 앞에서 수줍게 웃고있는 이가 보컬을 맡은 남상아다. 사진 비트볼뮤직 제공
5년 휴식기 끝내고 새 앨범
타이틀곡 ‘깊은 밤 안개 속’
후벼파는 보컬 치명적 매력
타이틀곡 ‘깊은 밤 안개 속’
후벼파는 보컬 치명적 매력
나비가 다시 날개를 퍼득인다. 5년 만이다. 그 사이 나비는 10살이 됐다. 많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나이. 나비는 어느덧 서울 홍대 앞 인디신의 터줏대감이 됐다.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얘기다.
이들이 최근 미니 앨범(EP) <나인 데이스 오어 어 밀리언>을 냈다. 2004년 발표한 3집 <타임 테이블> 이후 기나긴 휴지기를 깨고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성기완(기타)은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을 시집과 함께 냈고, 김남윤(베이스)은 일렉트로니카 밴드 트위들덤에 참여해 데뷔 앨범을 냈다. 남상아(보컬)는 개인 프로젝트 밴드 ‘모베 사운드’에 몰두했고, 손경호(드럼)는 로큰롤 밴드 문샤이너스의 드럼 스틱을 잡았다. 주변에선 “3호선 버터플라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았다.
“밴드가 없어진 건 아니었는데, 시동을 걸어도 기름이 없어 금세 멈춰서는 자동차 같았다고나 할까요? 뭔가 해보려고 몇 차례나 시동을 걸었지만, 그때마다 조금 가다 서는 일이 반복됐죠. 그런데 올해 들어선 멤버들끼리 어딘지 통한 모양이에요. 밴드가 생긴 지 10돌이 되는 해이기도 했고요. 그래선지 점화가 제대로 돼버린 거죠.”(성기완)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 앨범에는 다섯 곡이 담겼다. 이들이 정규 앨범이 아닌 미니 앨범을 낸 건 처음이다. 이유를 묻자 남상아가 말한다. “오랫동안 굶다가 갑자기 많이 먹으면 탈 나잖아요. 우선은 가볍게 시작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이피로 간 거죠.” 옆에 있는 김남윤이 거든다. “몇 곡 안 되니 더 집중하게 돼, 결과적으로 잘된 선택 같아요.”
앨범 수록곡들의 스펙트럼 폭은 꽤나 넓은 편이다. 성기완이 꿈속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현실화한 첫 곡 ‘티티카카’는 복고풍의 디스코 스타일이다. 김남윤의 영향 때문인지 ‘무언가 나의 곁에’ ‘나인 데이스’ 등에선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의 향취가 나고, 마지막 곡 ‘왠지, 여기, 바다’에선 전위적인 아트록의 분위기마저 풍긴다.
가장 귀를 잡아끄는 곡은 남상아의 서늘한 목소리가 치명적인 매력을 발하는 타이틀곡 ‘깊은 밤 안개 속’. 후반부에서 “깊은 밤 안개 속”이라는 구절을 끝없이 반복할 때 남상아의 호흡은 거칠고 불안하다. 그의 음울한 절규가 폐부를 더욱 깊숙이 후벼파는 까닭이다.
“상아가 노래 도중 숨쉬는 대목이 깔끔하지 못해서 다시 녹음할까도 했는데, 그 순간의 스튜디오 안 공기와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기로 했죠. 10년쯤 되니 이제 뭘 취하고 뭘 버려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긴 거겠죠.”(성기완)
이들은 지난달 21일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했다. “오랜만에 공연하니 몸이 풀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오는 9~10일 ‘이비에스(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서고, 12일과 18일 홍대 앞 브이홀과 라이브 클럽 쌤에서 공연한다. 가속이 제대로 붙은 모양이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또다른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나비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몰아칠 수도 있음을 뜻한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힘찬 날갯짓이 홍대 앞 인디신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를 뒤흔드는 날이 올까? 오늘도 나비는 기분 좋은 나비효과를 꿈꾸며 날개를 퍼득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나비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몰아칠 수도 있음을 뜻한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힘찬 날갯짓이 홍대 앞 인디신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를 뒤흔드는 날이 올까? 오늘도 나비는 기분 좋은 나비효과를 꿈꾸며 날개를 퍼득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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