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위), 달콤한 나의 도시(아래)
‘남한산성’ ‘달콤한 나의 도시’ 등
토종 베스트셀러 작품화 잇따라
게으른 독자엔 책 한편 뚝딱 기쁨
토종 베스트셀러 작품화 잇따라
게으른 독자엔 책 한편 뚝딱 기쁨
소설이 무대로 왔다.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소설은 오래전부터 연극의, 뮤지컬의 젖줄이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공연들은 과거의 공연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의 공연들은 대개 서구 작가의 고전명작을 원작으로 삼았다. 반면 최근의 공연들은 국내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신작 베스트셀러들을 원작으로 삼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블컬이 인기다. 한동안 영화를 원작으로 했던 무비컬(무비+뮤지컬)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컬(노블+뮤지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상반기에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을 각색한 <기발한 자살여행>이 무대에 오르더니, 하반기에는 국내 작가의 작품 세 편이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먼저 지난 10월과 11월에는 성남아트센터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문장가 김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남한산성>(위 사진)이 선보였다.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피신했던 인조의 47일 행적을 그린 작품으로, 2007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 뮤지컬은 원작의 주인공인 주전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 대신 삼학사 중 한 명이었던 오달제를 주인공으로 끌어올려 다른 관점으로 소설을 재해석했다. 원작자인 김훈보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예성으로 인해 더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이어 11월부터는 감각적인 소설가 정이현이 2006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달콤한 나의 도시>(아래·12월31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 1544-5955)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서른한 살 평범한 미혼여성의 고민을 담은 이 작품은 원작의 인기도 인기지만, 지난해 최강희와 지현우, 이선균, 세 배우가 출연했던 텔레비전 드라마로 더 유명세를 치렀다. 이 소설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황재헌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3인칭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원작에 존재하지 않았던 ‘위치’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위치는 장면의 해설을 맡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대신 드러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12월6일부터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의 동명소설에 노래와 춤을 입힌 뮤지컬 <퀴즈쇼>(2010년 1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77-1987)가 공연된다. <퀴즈쇼>는 김영하가 2007년에 발표했던, 비정규직 88만원 세대의 성장기를 그린 장편소설. 뮤지컬은 오랫동안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박칼린이 연출을 맡아 탄탄한 음악적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아울러 뮤지컬 <영웅>에서 100년 전 하얼빈을 재현했던 무대미술가 박동우는 <퀴즈쇼>에서 다양한 공간 변화가 가능한 육면체 큐브 무대를 통해 21세기의 서울을 재현한다.
그런가 하면 김영하의 단편 <크리스마스 캐럴>(8~27일 서울 혜화동1번지, 02-3673-5580)은 연극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의 동명소설과 달리 김영하의 소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한 살인사건을 두고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을 다룬 작품. 연극은 대학로의 대표적인 연극연출가 그룹인 ‘혜화동 1번지’의 4기 동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으로, 앞선 뮤지컬들과 달리 원작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원작을 충실하게 무대화한다.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라면 이들 공연을 통해 두세 시간 만에 소설 한 편을 완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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