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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지막 황손 ‘이우’의 기개를 왜 몰랐을까요?

등록 2009-12-09 19:15

배우 김영민
배우 김영민
일제에 굽히지 않은 마지막 황손
연극 ‘운현궁 오라버니’ 김영민
명성왕후를 사랑해 그녀의 호위무사가 된 무명의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조승우와 수애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화제가 되었던 장면 중 하나는 고종과 명성왕후의 정사 장면이었다. 한 국가를 통치하는 황제 고종이 아니라 질투심마저 통제하지 못하는 남자 고종으로 분했던 배우 김영민이 이번에는 고종의 손자 이우로 돌아왔다.

“실제로 고종은 아버지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마련했던 인물이라고 해요. 영화에서는 멜로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고종의 꼭두각시 같은 유약한 모습이 많이 비쳐졌죠. 하지만 이번에 맡은 ‘이우’라는 역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실제로 생존했다면 왕이 될 만한 분이었다고 해요. 연극에서는 그런 부분을 그리고 있어요.”

의왕의 차남인 이우는 고종이 친히 운현궁의 종주로 임명했던 인물. 히로시마 원폭으로 사망하지만 않았어도 현대 한국사를 완전히 다시 썼을 비운의 마지막 황족이다. 연극 <운현궁 오라버니>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던 그가 방학을 맞아 운현궁에 돌아온 1933년의 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일본 총독부에서 이우를 메이지 천황의 외손녀와 결혼시키려 했던 내선일체 정책이 심화되던 시기. 연극은 일본인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마음에도 없는 한국인과 결혼하려는 이우의 항일감정과 조국애를 그린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한 이야기예요. 권력에 아부하거나 고개 숙이는 것에 대해서요. 1930년대는 일본이 승승장구하던 시기였는데요, 연극은 그런 시류를 따르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이상을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대해 묻는 거죠.”

연극은 곧은 기개의 이우와, 허무와 자조에 빠져 대세를 따르는 이건을 대비하면서 역사의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린 우리 역사에 대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우’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김영민. 그의 자각이 곧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의 자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연극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사셨던 인물인데, 저 역시도 ‘왜 몰랐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밖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작품을 하다 보니 ‘우리가 그런 분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잊고 살지는 않았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배우 김영민이 이우로 출연하는 연극 <운현궁 오라버니>는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13일까지 공연된다. (02)6381-4500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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