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20세기 아이콘 vs 색채의 마술사

등록 2009-12-14 20:34

앤디 워홀 ‘해골’ (왼쪽), 루오 ‘젊은 피에로’
앤디 워홀 ‘해골’ (왼쪽), 루오 ‘젊은 피에로’
연말 달구는 블록버스터 전시
앤디 워홀 ‘죽음과 재난’·루오 미공개 걸작 눈길
연말을 맞아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한꺼번에 시작된다. 지난 12일 개막한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과 15일 개막하는 프랑스의 ‘색채 연금술사 조르주 루오전’.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족 나들이 코스로 삼으면 어떨까.

■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내년 4월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최근 100만달러가 넘는 거액에 팔린 마이클 잭슨 초상화를 비롯해 마오쩌둥, 마릴린 먼로 등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와 수없이 변주된 자화상 등 인물화 110여점과 캠벨 수프 캔, 브릴로 상자 등 대표작 400여점이 소개된다. 미국 피츠버그 앤디 워홀 박물관과 연계하여 작품을 골랐다.

워홀은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에 반발해 대중문화의 레디메이드 이미지들을 차용하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그 무엇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팝아트를 창조했다.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 기법을 이용해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작품으로 20세기 기계복제시대의 대표 작가가 됐다. 작업실은 ‘팩토리’(공장)라 칭하고 조수들을 고용해 작품을 대량으로 찍어냈다.

상업 디자이너로 출발한 워홀은 1960년대 팝아트로 미술, 영화, 저널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1987년 담낭 수술 뒤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미국 문화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에게는 미술의 전통적 가치에 도전한 위대한 예술가라는 평가와 시대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성공한 디자이너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목되는 작품은 ‘죽음과 재난’ 시리즈. <앰뷸런스 사고>, <전기 의자>, <두개골> 등이 대표작. 재난과 사고 기사가 모티브로 반복 배치된 이미지는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보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무한 재생산되어 일상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반복되어 찍힌 죽음과 재난의 이미지들은 은연중에 관람자가 죽음도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회상>(시대정신 연작), <그림자> 시리즈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추상화적 경향의 작품들도 보인다. 워홀은 말년에 “추상미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예술 양식”이라고 하면서, 추상화적 경향의 작품들을 다수 남겼다. 1만2000원(청소년 1만원).

■ 색채 연금술사 조르주 루오전 내년 3월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이중섭 등 한국과 일본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의 미발표 작품들이 처음 공개된다.

퐁피두센터에 소장된 루오의 작품 1000여점 가운데 고른 170점이 걸린다. 전시에는 <서커스소녀> <가을 야경> <어린 피에로> <십자가의 그리스도1·2> <수난> 등 말년에 그린 미공개 걸작 14점이 포함됐다. 이들 작품은 1963년 그의 부인 마르트 루오가 국가에 기증했고, 그 10년 뒤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이래 한번도 전시되지 않은 작품이다.

미발표작이 많은 데는 사연이 있다. 루오는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제공한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했는데, 볼라르가 1939년 교통사고로 급사하자, 상속자들은 루오를 내보내고 아틀리에를 잠근 채 작품들을 가로챘다. 루오는 5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작업중인 작품들을 되돌려받았지만 819점 가운데 119점은 팔려버린 뒤였다. 당시 74살이던 루오는 작업중인 작품 700점 가운데 완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315점을 공증인이 보는 앞에서 태워버렸다. 루오는 10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나머지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이들 ‘미완성작’은 완성작과 다를 바 없는 걸작이라는 평가다. 루오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수년에 걸쳐 작품을 매만졌기 때문에 서명만 없을 뿐 루오의 특성이 고스란히 배었기 때문.

전시는 풍경화, 종교화 등 4개 주제를 연대기 식으로 보여준다. 어두운 화면을 그린 초기부터 색채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말년까지, 진화해가는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앙겔라 랑프 퐁피두센터 학예관은 “루오의 작품에서 예수 등 종교적인 신성과 창녀, 광대 등 세속적인 소재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세속적인 주제를 종교적으로 어떻게 다뤘는지, 종교적인 소재를 어떻게 세속적으로 그렸는지 보라”고 권고했다. 1만2000원(청소년 9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