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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3인의 중견 연극연출가 ‘3색 창작현장’

등록 2009-12-30 14:15수정 2009-12-30 14:16

새해 들머리에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40~50대 중견 연출가 세 사람이 잇따라 신작을 내놓으며 꺼져가는 연극계의 불씨를 살리겠노라고 나섰다. 서울 대학로 연극동네의 맏형 심재찬(56·극단 전망 대표)씨와 40대 대표주자 박근형(46·극단 골목길 대표), 김광보(45·극단 청우 대표)씨다. 세밑 냉기 서린 연습장을 창작의 열정으로 데우고 있는 그들의 창작 공간, <고래>(31일~1월17일 정보소극장), <바냐 아저씨>(1월7~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루시드 드림>(1월12~31일 산울림소극장)의 연습 현장을 방문했다.

박근형표 ‘분단’
북 잠수정 남파사건 그린 ‘고래’
“반목하는 남북 현실 묻고싶어”

연습실 풍경1

요즘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 극단 골목길은 밤낮이 따로 없다. 그믐날 잡힌 연극 <고래> 공연이 바로 코앞에 닥친 탓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강행군이다. “두달가량 연습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지난해 8월 초연 때 평단에서 호평 받았던 작품을 다시 한다는 게 참 어렵군요.” 박근형(사진 오른쪽에서 둘째) 연출가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난다.

<고래>는 지난해 8월 극단 백수광부의 작가이자 배우인 이해성씨의 연출로 공연된 바 있다. 1998년 6월 강원도 속초 해안에 침투했던 북한 잠수정 사건을, 선체 안 탑승원 모두가 집단자살한다는 설정으로 재구성했다. 죽음과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와 고통, 삶과 죽음 사이의 갈등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박 연출가는 “분단을 상징하는 잠수정에 사람들이 갇힌 상황을 통해 아직도 반목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려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다. 이번 공연은 백수광부의 대표 이성열 연출가가 ‘혜화동1번지’ 2기 동인 지기인 박씨에게 연출을 맡겨 화제다.

조장 역을 맡은 김학수(극단 그린피그 책임단원)씨를 제외하고 김도균, 박완규, 안성일, 박찬서, 손우재씨 등 주요 출연 배우들이 백수광부와 골목길 소속이어서 두 인기 극단 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심재찬표 ‘방황’
체호프의 통찰 돋보이는 ‘바냐아저씨’
“섬세한 감정변화 표현하기 힘드네”

연습실 풍경2

“수현이 그렇게 나가지 마! 한번 눌러주고 가란 말이야. 거참 멋대가리 없이 나가네!”

서울 성북동 한 음식점 지하실에 차려진 연극 <바냐 아저씨>의 연습실. 문을 열자 굵직한 목소리가 귀를 잡아끈다. 그 진원지를 살피자 담배를 꼬나문 심재찬(사진 오른쪽에서 둘째) 연출가가 손짓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킨다.

“몇년 전부터 체호프를 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일로 늦어버렸어. 그래도 골치 아픈 일(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에서 벗어나 작년에 셰익스피어(오셀로) 하고 올해 체호프를 하게 돼서 다행이지.”

그는 “인생을 관찰하고 통찰하는 체호프의 내공이 대단하다”며 “연습을 하면서 매일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선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바냐 아저씨>는 아르코예술극장의 새해 첫 작품. 19세기 말 쇠락해가는 러시아 시골 영지를 배경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내면연기를 요하는 작품답게 김명수, 이지하, 조한희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뭉쳤다.

옐레나 역을 맡은 이지하씨는 “<바냐 아저씨>는 다양한 해석이 많은 만큼 부담도 크다”며 “옐레나의 욕망과 고독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김광보표 ‘욕망’
살인범 변호인 심리극 ‘루시드 드림’
“감춰진 광기·충동 치밀하게 드러내”

연습실 풍경3

지난가을 한 차례 낭독공연을 치른 덕분인지 연극 <루시드 드림>팀은 한결 느긋하다. 성균관대 입구 극단 청우 연습실에는 지난달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가로 옮긴 김광보(사진 가운데) 연출가를 중심으로 배우 이남희, 길해연, 정승길, 임형택씨 등이 모여 앉아 대본 분석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잘 갖춰진 사회구조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탈하고 싶은 욕망을 그렸어요.”

김 연출가가 “처음 대본을 받고 앉은자리에서 두번이나 읽을 만큼 재미있다”며 대본 사본을 건네준다.

<루시드 드림>의 제목은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자각몽’ 현상을 뜻한다. 잘나가는 변호사 최현석이 열세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이동원의 변호를 맡아 재판 준비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변화와 잠재된 욕구의 노출 등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그렸다. 최현석 역의 이남희씨와 마담 역의 길해연씨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광기와 충동을 치밀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동원 역의 정승길씨는 “오랜만에 건드리기 싫은 것을 드러내야 하는 작품을 접한 것 같다”며 “또다른 나를 만나야 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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