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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m…너무너무너무너무…긴 벽화

등록 2010-01-06 18:28수정 2010-01-06 18:41

재미 작가 이상남씨가 경기도미술관에 설치된 자신의 초대형 벽화 ‘풍경의 알고리듬’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미 작가 이상남씨가 경기도미술관에 설치된 자신의 초대형 벽화 ‘풍경의 알고리듬’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로비가 거대한 캔버스로
이상남 작 ‘풍경의 알고리듬’ 7일 공개
“저 벽을 보는 순간 ‘이 벽은 내 거다, 날 위해 기다린 거다’란 생각이 딱 들었어요. 이 공간에 미쳐버린 거죠.”

유난히 천장이 높고 커다란 안산 경기도미술관 로비 상단 벽은 거대한 화폭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벽과 그림의 경계가 따로 없었다. 2층 위로 높게 뚫린 벽 전체가 그림이면서 그 자체로 건물이었다. 일생 최대의 그림을 설명하는 재미 화가 이상남씨의 목소리에선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7일 일반 공개를 앞두고 찾아간 거대 벽화 <풍경의 알고리듬>은 처음 본 순간엔 그 크기가 잘 가늠되지 않는다. 5.5m 높이에 길이 46m에 이르다 보니 그 크기가 낯설게 다가오는 탓이다. 하지만 2층에 올라가 눈높이를 맞춰 보면 비로소 거대함을 실감하게 된다.

미술관 쪽이 건물 입구를 통째로 한 작가 작품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애초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 2008년 5월, 작품 소장 문제를 논의하러 미술관에 온 이씨의 눈에 2층까지 터서 크게 펼쳐진 로비 벽이 들어와 박혔다. 이씨는 넓디넓은 하얀 벽을 보는 순간 홀리듯 빠져들었고, 미술관에 벽화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미술관도 적극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초대형 작품이어서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 것이 문제였다. 정해진 예산 한도에서 갑자기 다른 작품으로 용도를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 아쉽지만 없던 일이 되려던 차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구상을 들은 커피빈코리아의 박상배 대표가 작품 제작에 거액을 대기로 한 것이다. 기업 후원에 힘을 얻어 김홍희 관장도 미술관 사상 유례가 없는 대형 작품을 소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2006년 서울 강남 엘아이지손해보험 사옥에 그렸던 20m 길이의 벽화보다 더 큰 작업에 도전하게 된 이씨는 그림을 66개의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나눠 이미지를 입히고 변색을 막기 위해 불에 굽는 법랑 처리를 했다.

가장 큰 관건은 철판을 최대한 정교하게 짜맞추는 것. 1㎜ 오차도 허용되지 않은 시공 작업은 예상 이상으로 말끔하게 마무리됐다. 이씨는 “뉴욕에서 했어도 이 이상은 못했을 것 같다”며 만듦새에 만족해했다.

절제된 기호와 상징으로 독특한 율동감을 빚어내는 이씨 특유의 화풍은 대형 벽화에서도 여전히 경쾌하다. “회화가 건축에 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승부”이자 “엘시디 같은 전자 기술로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고도 회화 자체로 거대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승부”였다고 작가는 강조했다. 예술가의 자부심과 근성으로 승부하되 그가 택한 방식은 건축과 벽화 모두의 상생이었다. 작품이 처음부터 미술관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풍경은 건물과 그림이 함께 ‘윈윈’한 듯했다.


안산/글ㆍ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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