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피츠>(1986년)
[세상을 바꾼 노래 109] 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피츠>(1986년)
대중음악사의 1980년대를 정의하는 개념들 - 보수성, 상업주의, 파티음악, 엠티브이, 신시사이저 등은 역설적으로 당대 하위문화를 전례 없이 강화시킨 요인들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로큰롤 본래의 반기성과 비주류의 정서를 결합한 음악적 생태계가 물밑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하드코어 펑크와 얼터너티브 록은 대학가를 잠식해갔고 랩과 힙합은 인종의 벽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래시 메탈이 있었다. 잠재성을 지닌 동시대 음악적 대안 가운데 가장 먼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경향이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스래시는 헤비 메탈의 하위장르로 대두했다. 그러나 배다른 형제 격인 당대의 팝 메탈과는 애초 성격부터 달랐다. 팝 메탈이 파티와 섹스를 노래하며 엠티브이의 데카당스 이미지에 보조를 맞춰 주류로 올라선 반면, 스래시 메탈은 사회 문제와 개인 의식의 극단성을 파고들며 언더그라운드의 반문화적 연대에 집중했다. 그런 측면에서 스래시 메탈은 펑크 록의 사회성과 헤비 메탈의 사운드를 결합한 전례 없는 하이브리드였다. 가장 열성적이고 배타적인 “하위문화적 자본”을 가진 두 영역을 가로지름으로써 ‘1980년대성’에 맞선 것이었다. 그 전위에 메탈리카가 있었다.
비평가 톰 문은 메탈리카가 헤비 메탈을 “생각하는 자의 음악으로 완전히 재구성해냈다”고 평한 바 있다. “저능아의 음악”이자 “음악적 천치들의 농담”이라 비난받아온 헤비 메탈의 인식 수준이 메탈리카의 문제의식을 통해 새 지평을 얻었다는 것이다. 사운드 자체의 성과 또한 극찬받았다. ‘두들기다’ 혹은 ‘깨부수다’라는 사전적 정의가 가리키는 바, 스래시는 대중음악사상 가장 강력하고 위압적인 스타일을 지향했다. 메탈리카는 거기에 서정적인 선율과 빈틈없는 구성과 대가적인 연주를 병치시켜 음악적 모범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래서 톰 문은 그들의 음악을 바그너의 작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앨범 <마스터 오브 퍼피츠>가 기준이었다.
<마스터…>는 메탈리카의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이자 스래시 메탈로는 최초로 플래티넘 판매를 기록한 앨범이다. 헤드뱅어들의 뇌리에 남은 고전들로 가득한 이 앨범에서 하나의 대표곡을 꼽기란 난망하지만, 상징성이란 점에서 두드러진 것은 역시 타이틀 트랙인 ‘마스터 오브 퍼피츠’다. 악몽 같은 상황을 생생하게 내면화한 이 노래의 가사는, 표면적으로 마약의 폐해를 다뤘지만, 궁극적인 면에서 인간을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현대 사회의 병리에 대한 앨범 주제의 함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협적인 리프와 상쇄적인 솔로, 강력한 베이스와 복잡한 드럼이 8분 38초를 질주하는 이 노래는 엠티브이와 라디오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그것은 “(우리가 주류에) 맞지 않는다면 (주류가 우리에게) 맞추도록 하겠다”며 싱글 발매와 비디오 제작을 거부한 태도가 거둔 수확이었다. 인형으로 살기를 거부한 밴드와 대중이 함께 쟁취한 승리이자, 음악지 <스핀>의 말마따나, “작은 기적”이었다. 우리의 오늘은, 음악은 어떤가?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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