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사진으로 그린 그림

등록 2010-02-03 18:37수정 2010-02-03 18:53

사진으로 그린 그림
사진으로 그린 그림
임상빈 개인전 ‘만남/관계/충돌’
실제-가상 이미지 절묘한 결합
뉴욕에서 활동중인 화가 임상빈씨가 서울 청담동 피케이엠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서른다섯살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이니 활동이 그만큼 왕성함을 알 수 있다.

임 작가는 사진으로 그림을 그린다. 붓질이 하나하나 쌓여 그림이 완성되듯, 수많은 사진 이미지를 중첩시키고 오려 붙이고 때론 그 위에 다시 붓질을 더해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떤 한순간을 포착한 사진 같지만 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시간에 찍은 이미지들을 오리고 붙여 재구성한 것이다.

친숙한 도시 풍경을 넓게 찍은 파노라마 사진 같은데, 들여다보면 실제와 가상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진들보다 눈이 시원해지는 청량한 느낌, 더욱 깊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렇게 수많은 이미지를 중첩하고 조합한 대비와 깊이에서 나온다.

전시회 제목 ‘만남/관계/충돌’은 그가 그림 속에 담아낸 것들을 그대로 요약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도시와 자연, 인간과 도시, 회화와 사진이 만난다. 그런 만남 속에서 인간과 도시, 도시와 자연의 ‘관계’가 드러나고,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충돌하면서 하나가 된다.

이번에 선보인 12점 작품들은 모두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물감 삼아 그린 것들이다. 그가 나고 자라며 감성을 키웠던 서울, 그리고 예술가로 거듭 태어난 제2의 고향 뉴욕이란 두 도시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푸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빌딩 숲과 센트럴파크가 공존하는 뉴욕의 모습은 인공물 덩어리 도시 속에도 푸른 자연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무척이나 빽빽한 남산과 센트럴파크의 녹음, 그리고 이런 푸른 자연환경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고층빌딩 숲은 실은 작가가 이미지 크기를 늘이고 더해 밀도를 강조한 것들이다. 때로는 전혀 다른 것들을 일부러 한 화폭 안에 집어넣어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것들도 있다. 센트럴파크의 푸른 숲을 잘라내고 강원도 테마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이미지 하나하나는 모두 사실이고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합쳐진 모습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조합되어 나온 사진 그림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유독 폭을 강조해 옆으로 긴 그림을 만들고는 일부러 2등분, 3등분 토막을 내어 구성했다. 전망대 유리의 창틀을 은유하기도 하면서, 그림 전체의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고 부분 부분을 좀더 세밀하게 보라고 일부러 경계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28일까지. (02)515-9496~7.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