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츨라프 바이올린 독주
“연주의 척도…” 기대주 내한
‘무반주 소나타…’ 마라톤 완주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성찬이 쏟아진다.
세계적인 시대 악기 앙상블인 베를린고음악아카데미(아카무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44)가 나란히 바흐의 음악으로 한국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두 연주회 모두 올해 개관 10돌을 맞은 엘지아트센터가 마련한 무대이다.
오는 17일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아카무스는 1982년 동베를린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척박한 환경에서 고음악의 꽃을 활짝 피워낸 기적의 연주단체.
이들은 1984년부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10년 동안 정기연주회를 벌여오다 고음악계의 거장인 지휘자 르네 야콥스(64)의 눈에 띄었다. 1994년부터 르네 야콥스의 도움으로 프랑스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와 녹음한 방대한 음반은 그라모폰상, 그래미상, 디아파종상, 칸느 클래식 어워드, 에디슨상을 안겨주었다. 그 뒤로 전 세계에서 총 백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정기연주회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아카무스는 내한 연주회를 자신들의 장기인 바흐의 기악곡과 성악곡으로 꾸민다. 1부에서는 바흐의 <관현악모음곡 1번>을 비롯해 아카무스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자일러가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을 소실된 원곡에 맞게 복원한 <바이올린협주곡 라단조>, 바흐의 <두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에서 복원한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다단조>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유럽 성악계에서 ‘무서운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재독 소프라노 서예리(34)씨와의 협연무대.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바흐의 <솔로 소프라노를 위한 교회 칸타타>를 선보인다.
동베를린 ‘아카무스’ 공연
화제의 젊은 연주자 앙상블
한국 성악가 서예리 등 협연
서예리씨는 2003년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에서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에서 출연하면서 유럽 고음악계에 데뷔했다. 2004년과 2005년, 2007년 르네 야콥스가 맡은 베를린 슈타츠오퍼 바로크 오페라 공연시리즈에 연속 초청되었고, 필립 헤레베헤, 톤 코프만, 샤를르 뒤트와, 켄트 나가노, 마렉 야놉스키 등 고음악 거장들과 공연으로 유망주의 존재를 뚜렷이 알렸다. 지난해 5월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프랑스의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과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49·서울시향 상임작곡가)씨의 <말의 유희>를 협연하는 등 고음악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3일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안네 소피 무터, 프랑크 페터 침머만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는 한국 데뷔 리사이틀을 단독 무대로 꾸며 ‘바이올린 곡의 성전’이라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 전곡을 3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연주로 하루 만에 완주한다. 이미 1993년 버진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 전곡을 녹음하여 커다란 호평을 받았다. 12년 뒤인 2005년에 두번째 녹음(핸슬러 클래식)으로 독일 에코 클래식상을 수상하고 그라모폰지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었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인 테츨라프는 6살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접한 뒤 뤼베크국립음대에서 우베-마르틴 하이베르크와 미국의 신시내티음대에서 월터 레빈을 사사했다. 1988년 미국 크리스토프 도흐나니가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쇤베르크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 1997년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현대 작곡가 리게티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해 평단으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았으며 정상급 연주자로 우뚝 섰다.
특히 그는 고전에서부터 베르크, 리게티, 진은숙에 이르기까지 도전하는 곡마다 높은 완성도와 탁월한 기교, 지적인 해석으로 바이올린 연주의 척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불어 그라모폰지 크리틱스 초이스(바르토크), 황금디아파종상(시벨리우스), 미뎀 어워드(베토벤) 등 주요 음반상을 휩쓸었다. 그는 또 1999년부터 2백만 달러에 이르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버리고 자신과 동년배인 독일의 악기 제작자 페터 그라이너가 만든 1만7천 달러짜리 악기를 사용하는 괴짜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02)2005-011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