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
연극 ‘이’ 10돌 특별공연
2000년 연극계 상 휩쓴 명품극
‘공길’ 오만석 등 원년멤버 출동
2000년 연극계 상 휩쓴 명품극
‘공길’ 오만석 등 원년멤버 출동
화제의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연극 <이>(爾)가 다시 돌아온다. 폭군 연산이 궁중 광대를 사랑했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이 연극은 2000년 김태웅(46·한예종 연극원 교수)씨 작·연출로 초연돼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과 희곡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2005년에는 이준익 감독이 이 작품을 각색한 영화를 올려 개봉 74일 만에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기도 했다. 오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0돌 특별공연으로 23일간 막을 올리는 이번 무대에는 그동안 이 작품과 함께한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배우 오만석(35)씨. 2000년 초연 때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2006년 공연까지 네 차례 공길 역을 맡았던 그가 4년 만에 다시 공길을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최근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만들어 연출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오씨가 공길을 연기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길로서는 아마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다”며 “공길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광대로서 변화하는 모습을 이전보다 좀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초연 때 처음 대본을 읽고 눈물을 펑펑 흘렸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는 오씨는 “희곡을 보면서 울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큰 행운이자 행복인데 난 그 영광을 누렸던 사람이라 감사하다”고 오랜 감회를 들려주었다. 또다른 공길 역에는 뮤지컬 <쟈나돈트>에서 인상적인 게이 연기를 펼쳤던 배우 김호영(28)씨가 2006년에 이어 다시 더블캐스팅됐으며 장생은 이승훈(42)씨가 맡았다. 광기 어린 연산 역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연극 <날 보러 와요> 등에서 강렬한 눈빛과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김내하(46)씨와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연극 <품바>의 전수환(43)씨가 번갈아 연기한다. 녹수는 진경(39)과 하지혜(25)씨가 맡았고 정석용(38), 조희봉(39)씨가 홍내관으로 출연한다. 연극 <이>는 연산군이 천민 출신으로 정3품 궁중 광대의 지위에 오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파격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광대극을 좋아했던 절대 권력자 연산과 그를 위로한 광대 공길, 이를 시기한 녹수의 음모, 공길의 ‘절친’으로 진정한 광대의 길을 걷고자 했던 장생의 삶과 죽음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조선 광대들의 거침없는 풍자와 재담이 흥미로운 공연을 배경 삼아 아슬아슬 곡예를 탄다. 말장난, 성대모사, 흉내 내기,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이용해 시정을 풍자하고 정치적 비리를 고발하는 ‘소학지희’(笑謔之戱)가 가장 큰 매력이다. 김태웅 연출가는 “10주년 기념공연을 원년 멤버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며 “광대를 내세워 웃음과 놀이로 삶을 긍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배우인 우인으로 이재훈, 구자승, 이성근, 문정수씨 등이 질펀한 놀이를 벌이며, 박종호(구음), 김성곤(애크러배틱), 김민경, 노영균, 김기분(악사)씨 등이 참여한다. 3월21일까지. 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극단 우인, 4만~6만원. 1588-52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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