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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학로 달구는 ‘풍자’ 젊은 여성 연출가들의 힘

등록 2010-02-22 18:48수정 2010-02-22 18:58

<도시녀의 칠거지악>
<도시녀의 칠거지악>
‘억울한 여자’ 등 문제작 무대에
남성이 놓치기 쉬운 부조리 포착
섬세하고 대담한 연출력 돋보여




젊은 여성 연출가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서울 대학로 연극동네에 젊은 여성 연출가들의 문제작들이 잇따라 올라 침체한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극단 전망의 <억울한 여자>(연출 박혜선)와 극단 골목길의 <프랑스 정원>(연출 이은준), 극단 라스의 <장례의 기술>(연출 이기쁨), 서울공장의 <도시녀의 칠거지악>(연출 유수미) 등이 손꼽히는 작품들이다. 남성 시각에서 놓치기 쉬운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대담한 풍자 정신이 돋보인다.

<억울한 여자>(2월2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는 극단 전망 대표 박혜선(39)씨가 2008년 초연한 대표작으로 이번이 세 번째 무대. 일본 작가 쓰시다 히데오 원작으로 박 연출가에게 2008년 ‘한국 연극 베스트 7’과 2009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가상을 안겨주었던 작품이다.

그림책 작가 다카다와 네 번째 결혼을 하려고 일본 작은 시골 마을로 내려온 주인공 유코가 수수께끼 같은 ‘떨매미’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마을 사람들의 집단 따돌림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현대사회에서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원작자인 쓰시다 히데오는 2008년 첫 공연에 이어 이번에 3차 공연을 축하하려고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갖기도 했다.

<장례의 기술>(23~28일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은 극단 드림플레이의 김재엽 연출가 밑에서 조연출가로 경험을 쌓아온 신예 이기쁨(26)씨가 극단 라스를 창단하면서 새로 선보인 작품이다. 지난해 드림플레이의 ‘겨울잠 프로젝트, 사람이었네’에서 <정옥이>로 연출가로 데뷔한 그가 특유의 감각을 뿜어낸다.

임지혜씨 극본의 이 연극은 서로 왕래조차 없던 세 남매가 어느 추운 겨울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만나 장례 비용과 유산상속 문제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막장 가족’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각기 다른 ‘아들, 딸’의 모습을 인물 속에 투영시켜 현시대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이 연출가는 “가족을 탈출하고 싶었으나, 결국은 서로 바라보게 되는 것. 너를 인정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 결국 그 끝도 가족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인기 연출가 박근형씨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신예 연출가 이은준(31)씨도 신작 <프랑스 정원>(28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을 지난 주말 올렸다. 2003년 안톤 체홉의 <곰>으로 데뷔한 이래 지난해 카뮈 원작의 <레지스탕스>(원제: 정의의 사람들)에 이은 여섯 번째 작품.

박근형 연출가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여자 교도소 감방에 갇혀 사는 두 별난 죄수 가족의 이야기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인간들의 비루한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담아냈다. 모두 사형수들인 이들이 가고 싶은 ‘프랑스 정원’은 멋지고 우아한 삶을 사는 꿈의 공간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낙원일 뿐이다.

이 연출가는 “감옥을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았다”며 “좁은 공간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꿈은 꾸지만 결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 상처받는 현대인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극단 서울공장의 상임연출가 유수미(40)씨도 브레히트의 서사극 <소시민의 칠거지악>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26일~3월7일 남산예술센터)을 다시 무대에 세운다. 2006년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가상, 음악상을 수상하고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선정됐다.

못생기고 뚱뚱한 백안나, 사랑을 믿지 않는 조안나, 출세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이안나 등 33살 세 노처녀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7가지 심성을 코믹한 연기와 라이브연주, 노래로 풀었다. 기독교의 7대 죄악을 한국 실정에 맞게 자존감, 희망, 공감능력, 죄책감, 동정심, 개척정신, 향수 등으로 패러디했다.

유 연출가는 “현대 도시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어느 순간 물질 추구와 생존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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