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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들의 방 ‘색’ 다른 성장포착

등록 2010-02-24 19:22

‘핑크 프로젝트Ⅱ-마이아와 마이아의 핑크&파란색 물건들’ 2006년(왼쪽) 작, 2009년 작.
‘핑크 프로젝트Ⅱ-마이아와 마이아의 핑크&파란색 물건들’ 2006년(왼쪽) 작, 2009년 작.
윤정미 사진전 ‘핑크&블루Ⅱ’
딸이 분홍색 물건들을 좋아하는 데 착안해 남자아이들 물건은 파란색, 여자아이들 물건은 분홍색으로 가득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온 작가 윤정미씨. 그의 ‘핑크&블루’ 시리즈는 2006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많은 관심을 끌어모았다. 윤씨가 찍은 한국 서울과 미국 뉴욕 아이들의 물건 모습은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엇비슷했다.

파란색과 분홍색 물건들만 골라 방 안에 펼쳐놓은 사진은 색의 집중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충격이었다. 원래 서양에서는 남자아이의 색이 분홍, 여자아이는 파랑이었지만 작가는 어느 순간 바뀐 이런 통념이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2009년, 윤씨는 그때 그 아이들의 방을 다시 찾아갔다. 3년 동안 성장한 만큼 아이들과 색깔의 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왔다. 분홍색 가득했던 소녀 상유의 방은 파란색으로 완전히 바뀌었고, 미국 소녀 마이아의 방 안은 분홍과 파랑이 절반씩 양분하고 있다. 역시 분홍색 일색이던 쌍둥이 로렌과 캐롤린의 방은 여전히 분홍색을 좋아하는 캐롤린과 보라색으로 취향이 바뀐 로렌의 물건들이 국경 지대를 이루고 있다.

남자아이는 어떨까. 여전히 파란색이 지배적이었지만 대신 색이 더욱 진해졌다. 남자 어린이용 물건들이 파란색들 위주이기 때문으로 작가는 풀이했다. 물론 남녀를 막론하고 3년 사이 아이들 방의 물건에는 조금씩 자아와 취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 소년의 방엔 야구 카드가 가득해졌고, 한국 소년 방에는 만화책과 문제집들이 들어서는 식이다.

3년 전과 똑같은 방식과 구도로 다시 찍은 이번 작업에 대한 반응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시작은 성별에 따른 색깔 문제였는데, 자연스럽게 문화인류학적 고찰이란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 물건에는 결국 엄마의 취향이 반영되며, 제조업체들이 분홍·파랑 물건들만 집중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없어 특정 색깔 일색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이유들을 사진에서 쉽게 유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물건에서 세계화 현상이 뚜렷한 것도 보이고, 같은 물건을 써도 아이들 인종과 나라별 문화의 차이가 도드라지는 것도 알아채기 어렵지 않다. 물건이 산더미를 이루는 현대 소비사회의 슬픈 단면으로 읽을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윤씨는 이 작업을 평생 이어갈 생각이다. 모두 50명의 어린이들을 찍고 있는데 몇 년 주기로 아이들의 성장과 물건의 변화를 계속 찍을 계획이라고 한다. 성별에 따른 색깔 집중현상에서 출발한 작업이 개인 소지품에 나라별 차이와 문화, 동시대성 등이 녹아 있다는 점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다음달 5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 (02)732-4677~8.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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