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 둘의 전시회 눈길
한국 화가와 외국 화가, 30대 신진과 100살 거장. 전혀 다른 두 여성 작가의 그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페미니즘 미술의 대명사이자 현존 최고의 여성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신작, 다양한 이미지들을 조합하는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받는 박미나씨의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부르주아전(02-733-8449)은 31일까지, 박미나전(02-735-8449)은 다음달 4일까지. ■ 부르주아, 꽃으로 생명의 신비를 그리다 화가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어린아이처럼 그린다고 했던가. 1911년생으로 우리 나이 꼭 100살이 된 부르주아는 더욱 대담하고 천진난만해졌다. 난봉꾼 아버지 때문에 늘 마음고생하면서 자란 부르주아는 자녀들을 키우는 데 평생을 바친 어머니를 보면서 여성성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짓궂을 정도로 남성들의 바람기와 성욕을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부르주아도 이제 많이 너그러워진 듯하다. 전시회 제목은 ‘꽃’. 그 자체로 식물의 성기이면서 씨앗을 잉태해 생명을 만들어내는 꽃은 회화에서 여성성을 상징하는 소재로 애용되어 왔다. 부르주아는 극도로 단순화한 꽃과 식물, 모자상 그림을 통해 수태의 의미, 출산의 신비로움 같은 생명 현상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하는 가족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안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누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생명력을 절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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