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3)
안드레아스 숄 내한공연
움베르토 에코 원작의 영화 <장미의 이름>(1986)에서 주인공 숀 코네리 옆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노래하던 젊은 수도승. 국내 한 승용차에 쓰인 시에프 음악 ‘백합처럼 하얀’의 목소리 주인공. 우아한 미성의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3)이 18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 선다. 2000년 첫 내한공연 이후 10년 만의 한국방문이다. 브라이언 아사와, 데이비드 대니얼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카운터테너’로 불리는 그는 머리와 가슴을 함께 공명시키는 창법으로, ‘여성의 고음에서 남성적인 깊이를 아우르는 음악성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콘서트는 음악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공동의 경험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순간을 함께 즐기고 아름다운 노래로 스스로 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부디 오셔서 듣고 우리와 작곡가들과 만나는 경험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로 “10년 전에 서울과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특히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해왔다. 안드레아스 숄은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건장한 독일 남성이지만 그가 내는 고음은 놀랄 만큼 아름답고 부드럽다. 그와 같은 카운터테너는 중세부터 바로크시대까지 활동하던 거세된 남성 고음 가수 ‘카스트라토’와 달리 특별한 훈련으로 신비한 목소리를 얻는다. 소프라노 같은 고음을 내지만 날카롭지 않고 테너 특유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서 우아하면서도 강하고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안드레아스 숄은 7살부터 650년의 역사가 넘는 독일의 소년합창단 ‘키드리히어 코어부벤’에서 활동하다 사춘기 때 목소리의 변화를 맞았다. “13살~14살 무렵 제 음성이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전혀 음성을 조절할 수가 없게 되자 두성을 이용하며 노래를 했습니다. 한 음역이 높은 알토를 노래하기 시작했고, 아주 가끔 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17살 무렵 처음으로 카운터테너와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영국의 카운터테너 폴 에스우드나 제임스 보우만 같은 성악가의 음반들을 들으면서 내 전문직업으로 삼아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뒤 그는 스위스 바젤 음악원으로 건너가 스승이자 대선배 카운터테너인 리처드 레빗, 르네 야콥스에게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며 세계적인 카운터테너로 거듭났다. 안드레아스 숄은 기존의 ‘오페라 카운터테너’와 ‘루트 가곡 및 종교곡 카운터테너’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문 성악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종교음악을 비롯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오페라와 민요, 자작곡이나 대중음악과의 크로스오버 작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구사한다. 그렇지만 르네 야콥스의 영향으로 바로크음악에 가장 중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늘 르네상스와 바로크 레퍼토리가 제일 편안한 기분이 든다”며 밝혔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이 항상 내가 이 음악과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카운터테너가 받는 음색에 대한 압박은 일반 테너와는 또 다른 것이기에 레퍼토리를 현명하게 선택해야만 합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는 영국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르네상스부터 빈 고전파까지, 2세기 반이라는 긴 세월을 아우르는 음악을 들려준다. 하프시코드 반주로 펼쳐질 1부에서는 다울런드의 ‘내 여인의 눈물을 보았네’ , 캠피온의 ‘나는 이 여인들을 상관하지 않아요’, 퍼셀의 ‘장미보다 사랑스러운’, 민요 ‘샐리 정원’ 등을 들려준다. 르네상스부터 초기 바로크 시대에 걸쳐 영국 음악의 황금기를 장식했던 사랑 노래들로, 숄이 데뷔 이래 지금까지 즐겨 부르고 있는 레퍼토리이다. 피아노 반주로 바꾼 2부에서는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와 하이든의 가곡 ‘방랑자’, ‘회상’ 등을 들려준다. 특히 오페라 <세르세> 중 ‘그리운 나무 그늘’이나 <로델린다> 중 ‘그대 어디에 있는가’ 등은 ‘우리 시대 최고의 헨델리언’으로 손꼽히는 숄의 최고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들이다. 숄과 3년 전부터 연인 사이인 이스라엘 출신 여성 연주자로, 브뤼즈 국제 하프시코드 콩쿠르 우승과 아이젠-피카드 예술상, 프레서 어워즈 등을 수상한 타마르 핼퍼린이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반주를 맡았다. 두 사람은 17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과 20일 오후 8시 경남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도 선다. 1577-7766. 정상영 기자, 사진 고양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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