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맥베드> 공연에서 이탈리아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가운데)가 연미복 대신 생활한복 차림으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3시간 동안 지휘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르코 발데리 ‘맥베드’ 공연
“지난 크리스마스 송년 갈라 콘서트 때 한복을 선물 받아 입어 보았는데, 한복이 마치 나를 껴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나 자신이 우아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연도 베르디가 원했던 오리지널을 재현할 수 있어서 너무 만족합니다.” 16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맥베드> 공연에서 연미복 대신 우리 생활한복을 입은 파란 눈의 지휘자가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올린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의 음악을 맡은 이탈리아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56·사진). 그는 이날 생활한복 차림으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3시간 동안 지휘해 바리톤 고성현씨,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레차, 테너 이정원씨 등 남녀 주역 못지않게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오늘 한복을 입고 나가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나를 향한 눈빛이 달라졌다. 나를 더 신뢰해주고, 전체와 화합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 옷과 음식을 접하는 것은 한국문화를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처럼 생활하고 싶어서 일부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지 않습니다. 왕만두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탈리아에서 할머니가 즐겨 해주셨던 라비올리와 같은 맛이 나서 할머니 생각을 하곤 합니다. 회요리도 좋아하는데 산낙지와 개불이 맛있어요.” 발데리는 잘츠부르크와 알렉산드리아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볼로냐극장, 베로나극장, 베를린 도이체오퍼 등에서 지휘를 했으며, 일본의 온가코요쿠 페스티벌, 이탈리아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10년 이상 예술감독을 지냈다. 1988년 올림픽 기념 오페라 콘서트 때 김신현 오페라단장의 초대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로 2009년 오페라 <노르마>, <사랑의 묘약>, <2009 송년 갈라 콘서트>에서 지휘를 맡았다. 그는 “20여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는 버스를 타고 동서남북에 다녀보았지만 다 논과 밭,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는 풍경이었는데 지금 와서 큰 건물이 많이 생긴 걸 보고 ‘별천지’를 느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의 지인 가운데 지휘자 정명훈씨, 바리톤 고성현, 최현수씨, 소프라노 김영미, 박효강씨 등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56).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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