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피언스’
해체 앞둔 ‘스코피언스’ 이메일 인터뷰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을 때 팬들에게 최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밴드를 해체하려 합니다.” 독일 록밴드 스코피언스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해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마지막 앨범 발표와 2년 남짓 세계 순회공연을 마친 뒤 밴드를 해산하겠다”고 밝혀 전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1969년 결성하고 72년 데뷔작을 발표한 이들은 ‘홀리데이’ ‘스틸 러빙 유’ ‘올웨이스 섬웨어’ ‘윈드 오브 체인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이달 23일에는 마지막 앨범 <스팅 인 더 테일>을 발매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은퇴하고 싶어 하는 운동선수와 같은 마음입니다. 지금 스코피언스의 컨디션은 최고입니다. 25개 나라를 돌며 60~70차례 공연을 하곤 했는데, 이런 에너지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을 겁니다. 나중에 힘에 부쳐 시들시들한 공연을 하고 싶진 않아요. 팬들로부터 ‘쟤들도 한때는 대단했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거죠.”(클라우스 마이네·보컬·사진 왼쪽)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마이네는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모스크바에서 공연했을 때”라고 답했다.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무기를 들고 러시아와 맞섰는데, 우리는 기타를 들고 그곳을 방문했어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고르바초프 앞에서 공연한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더군요.” 마지막 순회공연에 한국도 포함되는지 묻자 루돌프 솅커(기타·오른쪽에서 둘째)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아껴주고 성원해준 한국 팬들이 원한다면 기꺼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은 항상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비슷한 역사적 배경, 분단이라는 슬픔을 가진 곳이어서 그런가 봐요. 예전에 판문점에 다녀왔는데, 남과 북이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요즘도 생각날 때마다 갈라진 땅과 사람들이 다시 만나길 기도하죠.” 스코피언스가 해체한다고 해서 이들이 음악을 아예 그만두는 건 아니다. 마이네는 “솔로 앨범을 만들 생각”이라며 “언제까지나 뮤지션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솅커는 “동생 마이클과 공동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형제 앨범에 마이네도 게스트로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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