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로큰롤’ 인디 로커 생태보고서
다큐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이 빌어먹을 나라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필름이 돌면 맨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문구다. 시작부터 심상찮다. 영화 제목 위에는 ‘크레이지 로큐멘터리’라는 수식어가 얹혀있다. 역시 심상찮다. 그렇다. 이 영화는 로큰롤에 미친, 뼛속까지 로큰롤 유전자가 배긴, 삶 자체가 로큰롤인 인디 로커들에 관한 날것 그대로의 기록이다. 1990년대 중반 서울 홍대 앞 인디신 태동기부터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펑크 밴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리규영. 하지만 애인의 갑작스런 임신으로 홍대 앞을 떠나 고향 인천으로 돌아온다. “록도 전기도 짜릿하긴 매한가지”라며 전기기술자격증을 따고 건실한 가장으로 새 삶을 사는가 했더니, 2007년 인천 부평의 모텔촌 한가운데에 라이브 클럽 ‘루비살롱’을 덜컥 차려버린다. 평균 관객 7명을 앞에 두고 소박하지만 뜨거운 공연을 하루하루 이어가다, 마침내 같은 이름의 인디 레이블까지 설립한다. 두 밴드가 있다. 로큰롤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우주에서 온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골방계의 전설적인 막장 밴드 ‘타바코쥬스’다. 같은 루비살롱 레이블 소속이지만, 두 밴드는 흑표범과 나무늘보만큼이나 완벽하게 상이한 습성을 보인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고 다리마저 풀리게 만드는 라이브의 대마왕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초라한 무대에서 출발해 어느덧 대형 록 페스티벌의 큰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밴드로 성장한다. “무대에 서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조종되는 것처럼” 몰입해 객석으로 뛰어내리는 격한 몸짓도 마다않는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로큰롤 스타다. 술 마시다 공연 평크내기 일쑤요, 무대에서조차 술에 취해 넘어져 구르는 타바코쥬스는, 결성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음반 하나 못 만들고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구박을 받는다. “우린 나태해서 뭘 해도 안될 거야”라고 자조하면서 술과 컴퓨터 게임, 게으름과 뒹굴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음반을 완성한다.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눈물을 터뜨리는 “쪽팔린” 상황을 겪은 뒤, “이제 다 이루었도다”라며 밴드를 해체해버리고 만 이들 또한 이 시대의 또다른 로큰롤 스타다. 요컨대, 뭐가 됐든 ‘로큰롤’인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백승화 감독은 타바코쥬스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이지만 정작 드럼은 못 치는” 그는 밴드의 일원으로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음주와 흡연, 육두문자가 남발하는 거친 화면을 생생하게 잡아냈다. 내레이션은 홍대 앞의 마당발, 크라잉넛의 ‘캡틴록’ 한경록이 맡았다. 영화는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 이터나상과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22일 홍대 앞 시네마 상상마당, 씨지브이(CGV) 대학로, 대전 아트시네마 등 세 곳에서 개봉한다. 25일 오후 7시에는 홍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개봉 기념 공연도 열린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재결성한 타바코쥬스, 아폴로18, 치즈스테레오, 와이낫 등이 출연한다. 영화 표를 가져오면 선착순 100명에게 1만원을 깎아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