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트레이너 표트르 나델리가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씨의 알라스 공드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국립발레단’ 특별지도 표트르 나델리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오른 발끝을 왼쪽 무릎에 대고 우아하게 세 바퀴 돌고는 몸의 균형을 잡는다. 예순넷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유연한 피루엣(한발로 몸을 돌리는 발레 동작)이었다. 표트르 나델리의 피루엣을 바라보는 국립발레단 남녀 무용수들의 얼굴엔 감탄의 빛이 어린다. 시범을 마친 그는 박수를 치며 소리 지른다. “레츠 고~.” 한국 제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그새 익힌 한국말로 독려했다. “아프로~ 여프로~.” 그의 서툰 우리말에 무용수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네 자신 그대로가 되어라
테크닉에도 정신 담아라”
철학 담긴 연습 내내 웃음꽃 요즘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3층 대연습실에서 매일 이어지는 국립발레단 연습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 발레 지도자 표트르 나델리의 장난기 어린 지도 때문이다. 폴란드 출신인 나델리는 세계적 발레단을 오가며 지도해온 전문 트레이너로, 국립발레단이 올해 무대에 올리는 창작발레 <코펠리아>와 <롤랑프티의 밤> <라이몬다> 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초빙했다. “연습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습 내내 웃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70년대 당대 최고의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의 작품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무용수 은퇴 이후 뛰어난 발레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몬테카를로발레단 등 세계적 발레단들의 요청을 받고 발레를 가르쳐오면서 한국의 주요 무용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이번 <코펠리아> 안무를 맡은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이 모리스베자르발레단 시절의 제자이고,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강수진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김용걸을 지도했다.
표트르 나델리
-한국에는 처음 온 것으로 압니다. “그동안 한국 무용수들을 눈여겨보아왔고 언젠가 한국에 오고 싶었습니다. 지난겨울 몬테카를로발레단 공연 때 의상디자이너 제롬 카플랭을 만났는데, 그가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에게 저를 추천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무용수들이 즐겁게 발레 클래스 수업을 받는 듯합니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무용수들에게 ‘네 자신 그대로가 되어라’라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먼저 자기 몸을 느낀 다음 음악을 느끼라는 것이죠. 물론 각자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테크닉에는 자기만의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전문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무용수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무엇이든 움직이고 춤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게 내가 무용수를 가르치는 목적이고 그에게 전달하려는 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무용수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훌륭한 무용수가 갖춰야 할 조건은 어떤 건가요. “무용은 모든 예술을 종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수는 기본적으로 좋은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몸을 잘 표현하는 음악 감각이 있어야 하고, 또 영리한 머리를 가져야 합니다.” 두 주간의 교육 일정을 마치고 그는 13일 다시 떠난다. 짧은 기간이 아쉬웠는지 그는 “한국 발레가 더 발전하려면 유럽 발레단들처럼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발레학교가 꼭 필요하다”며 “그때 꼭 나를 불러달라”고 밝게 웃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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