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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뽕끼’ 담은 앨범 들고꼭 돌아와요

등록 2010-04-14 14:30수정 2010-04-14 15:30

조휴일
조휴일
‘검정치마’ 조휴일씨에게 띄우는 편지
“데뷔앨범, ‘갑툭튀’라며 모두 엄지 치켜세웠죠”
“미국선 하고싶은대로 창작 전념하고 건강하세요”
‘검정치마’ 조휴일씨에게.

이 글을 볼 때면 당신은 아마도 미국행 비행기 안이겠죠? 이 글이 신문에 나가는 14일, 뉴저지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까요.

2008년 말, 당신의 데뷔 음반 <201>을 처음 들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밴드 이름에 어딘지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음반 재킷까지. 별 기대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누른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지금 듣고 있는 시디가 가요인지 미국 인디 팝인지 헷갈릴 정도로 국내 기성 음악과는 분위기가 확 달랐으니까요. 신선하고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 ‘세련된 복고’라는 형용 모순이 이렇게 가능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구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보물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죠.

하지만 당신 얘기를 듣고 보니 ‘갑툭튀’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초등학교를 마치고 가족을 따라 이민 간 당신은 엠티브이(MTV)를 보며 록에 빠져들었다고 했죠. 또래 재미동포 친구들이 에이치오티(H.O.T.)에 열광할 때 당신은 스매싱 펌킨스, 너바나를 들었다죠. 기타를 독학으로 배우고 미국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차고에서 녹음까지 해보고 말이죠. 아버지가 한국 출장에서 사다준 시디를 듣고 당신은 홍대 앞 펑크신을 동경하게 됐다고 했어요. 그럴 만도 하죠. 당신이 들은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는 지금도 명반 중에 명반으로 꼽히는 걸작이니까요.

2007년 당신은 꿈에 그리던 홍대 앞으로 왔습니다.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신인 오디션 마지막 관문에서 떨어졌다죠. 하지만 가능성을 본 건 큰 수확이었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당신은 이란계 미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죠. 뉴욕의 지하실과 서부에 있는 친구 학교 녹음실, 미국 각지 친구들의 작업실을 전전하며 “젖동냥하듯” 완성한 원맨 밴드 검정치마 음반을 들고 2008년 홍대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평론가들 반응이 안 좋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음악여행 라라라> <이하나의 페퍼민트>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 등 지상파 방송 무대에도 잇따라 올랐죠. 급기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상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상식장에 온 당신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올해의 노래’ 상을 받으러 온 소녀시대를 보고 당신은 “와, 소녀시대다” 하고 외치며 들뜬 표정을 지었죠. 하지만 제 눈에는 당신 또한 소녀시대 못지않은 ‘록스타’였습니다.

지난 1년간의 소감을 묻는 제게 당신은 이렇게 말했어요. “2002년 월드컵 한국 대표팀에게 소감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서 뭐라 한마디로 얘기하기가 참 어렵네요.”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1년 내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죠. 창작도 손을 놨고요. 이제 미국의 일상으로 돌아가 창작 활동에 전념하게 돼 행복하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누구는 “미국에 가서 다시 안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1년이나 1년 반 뒤 꼭 2집을 들고 돌아올 거라고 말했어요. 그 약속, 믿겠습니다. 앞서 올여름 프로젝트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했죠. 이전과 달리 한국적 ‘뽕끼’가 들어간 어쿠스틱 앨범이 될 거라고 하니, 기대하겠습니다.

참, 이번에 대형 유통사를 통해 재발매한 <201> 스페셜 에디션에 새로 수록된 보너스 트랙들도 참 좋더군요.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내년에 꼭 좋은 무대에서 다시 만나요.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니뮤직 제공

<201> 스페셜 에디션의 새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Dientes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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