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 뮤지컬 ‘분홍병사’
극단 학전 뮤지컬 ‘분홍병사’
돈 얘기만 하다가 싸우고
그걸 배우라고 1등만 하래
소년 눈에 비친 상업주의
장난감 세상으로 꼬집어 우리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어른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참! 너무 재미없고 시시해.” 아이들은 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까? “참! 쩨쩨하고 유치하고, 엄청 치사빵꾸야.” “초능력도 없이 볼 한 개 넣었다고 괜히 폼만 잡고 소리만 질러 ‘우와우-’/ 마법의 약도, 말하는 동물도 없어 티브이 화면엔 맨날 무서운 얘기들 뿐/ 돈 얘기만 하다 갑자기 서로 싸워, 그걸 배우라고 1등만 하래.”(노래 ‘어른들의 세상’)
재미없고 시시한 어른들 세상에서 장난감 세계로 도망쳐 온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지하철 1호선>로 유명한 극단 학전이 29일부터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신작 <분홍병사>. 프랑스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아름다운 음악동화 같은 작품이다. 문방구의 장난감 사이로 숨어들어 간 푸름이는 가게가 문을 닫은 뒤 진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을 만난다. 남자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고, 여자아이는 총을 좋아하지 않아 아무도 사지 않는 ‘분홍병사’, 공장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받는 어린 소녀가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가며 밤낮으로 만든 헝겊 인형 ‘메이드 인 아시아’, 아무도 사 가지 못하도록 보기 흉하게 만들고, 비싸게 가격표를 바꾸는 ‘바코드’ 등. 뮤지컬 <분홍병사>는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치사빵꾸 같은’ 세계를 장난감을 통해 담아낸다. 값비싼 제품들이 판치는 장난감 세상은 어린이 문화에까지 스며든 어른들의 천박한 상업주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준다. 김민기 학전 대표가 번안과 연출을 맡아 한국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채워넣어 우리 정서에 맞게 손봤다. ‘뉴욕 뮤지컬페스티벌’ 최우수연기상의 방진의를 비롯해 전문지, 김비비, 박성환, 강수영, 임호준, 김동규. 개성 강한 ‘학전표 배우’ 7명이 매력적인 장난감들로 변신한다. 여기에 소년 푸름 역을 맡은 윤준호(13)와 이강빈(11) 등 아역배우 두 명이 가세한다. 그룹 ‘낯선 사람들’의 리더인 싱어 송 라이터 고찬용이 편곡을 맡았고 안무가 홍세정이 장난감들의 사랑스런 동작을 만들었다. 6월27일까지. (02)763-8233.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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