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36)
슈투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와 협연
클래식계의 팔방미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36·사진)가 6일 저녁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로저 노링턴(76) 경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를 꾸민다. 대니얼 호프는 최근 클래식 입문용 책 <박수는 언제 치나요?>(문학세계사)를 발간했으며, 보자르 트리오와 함께 바로크 음악을 담은 새 음반 <에어>(유니버설 뮤직)도 출시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머물고 있는 그를 지난 주말 전화 인터뷰로 미리 만났다. 호프는 “독일에서 한국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한국은 처음 방문하지만 이미 매우 친숙하다”는 말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가까운 한국 친구들을 소개했다. “20년 이상 음악계에서 일하면서 훌륭한 한국 연주자들도 많이 만났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특히 베니 김과 에릭 김 형제는 나와 매우 가깝다.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에 있는 첼리스트 에릭 김과 인디애나대학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베니 김 형제는 나와 매우 가깝고 연주도 자주 하는 친구입니다.” 호프는 이번 연주회에서 65년 전통의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와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를 들려준다. 그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레퍼토리”면서 “너무 아름답지만 정말 어렵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내게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감히 오르기 어려울 것 같은 큰 산, 하지만 그 산을 바라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매번 감동하게 되고 늘 오르고 싶고 품고 싶은 그런 존재입니다. 그리고 매번 이 작품을 대할 때마다 어떤 모양의 산을 오르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도 갖게 되죠. 그 점 때문에 고통받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그는 “브람스 작품을 연습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기도 하고, 작품을 진심으로 대할 적마다 소중한 추억도 만들어가면서 작품에 대해 더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노링턴 경과 자주 연주를 하면서도 이상하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처음 협연한다”면서 “그래서 이번 연주가 무척 기대되고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로저 노링턴과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의 음색에 대해서 “정말 독특해서 그들과 연주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귀띔했다. “특히 현악기를 다루는 주법이 특별해요. 어떤 악기에서도 그들만의 사운드가 나타나지만 특히 현악기는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 ‘순음’을 만드는데, 그 점은 이 오케스트라의 모든 성향을 바꾸게 하는 중심점이 됩니다. 여기에 관악기와의 콤비네이션은 묘한 소리를 만드는데, 아마 말보다는 직접 들어보시면 알 것 같아요.”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대니얼 호프는 로열 아카데미 음악원에서 러시아 출신의 자카르 브론에게 바이올린을 사사했다. 그는 현재 도이치그라머폰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영국 비비시와 아메리칸 퍼블릭 미디어의 라디오 진행도 맡고 있다. 또한 고전 클래식뿐만 아니라 현대음악, 인도음악인 라가,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협연하면서 가수 스팅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그가 낸 첫 저서 <가족 앨범>는 독일에서 베스트 셀러로 기록되었고, 최근에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 수감자들의 음악과 시집으로 엮은 <금지된 음악>과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박수는 언제 치나요?>를 펴내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이 왜 음악회장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어서 <박수는 언제 치나요?>를 썼습니다. 클래식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 교육 잘 받은 사람, 부유한 사람이라는 편견만 갖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는 것이 클래식입니다. 음악회에 찾아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궁금해서 한번 찾아가보고, 얼마나 클래식 음악이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알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또 “새 음반 <에어>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오래전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주된 개념”이라면서 “음악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 그 시대의 스타일,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네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는 그는 “연주자는 작곡가와 관객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터”이라면서 “그것이 내 역할이고, 그런 일을 담당하는 것이 내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주회에서 로저 노링턴이 지휘하는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는 고악기를 바탕으로 한 정격연주방식으로 하이든의 <교향곡 1번 라장조>,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 라장조>도 들려준다. (031)783-80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성남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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