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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얼터너티브 록 알린 ‘위대한 탄생’

등록 2010-05-04 21:21

아르이엠의 <루징 마이 릴리전>(1991년)
아르이엠의 <루징 마이 릴리전>(1991년)
[세상을 바꾼 노래 125] 아르이엠의 <루징 마이 릴리전>(1991년)




1991년 그래미상은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부문을 신설하고 시상했다. 이른바 ‘얼터너티브’라는 용어와 범주를 주류에 안착시킨 계기였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는 그것을 “메인스트림의 외부에 존재하는 비전통적 형식”의 음악이라고 설명했고, <뉴욕 타임스>는 거기에 “대학가의 록 음악을 인지하려는 카테고리”라는 주석을 달았다. 1990년대 대중음악의 주요한 흐름을 가리키는 범주로서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하위 장르는 그렇게 공식화되었다. 19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에서 태동한 인디 록과 칼리지 록의 음악적 모색이 마침내 주류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이었다.

인디 록과 칼리지 록과 얼터너티브 록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세 형제와 같다. 나이와 외형과 개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태생적으로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가지들이다. 개별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보적인 층위다. 장르의 명칭이 음악적 스타일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것들은 장르의 경계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류에 대한 거부의 입장을 각각 뮤지션과 제작자(인디 록), 미디어와 소비자(칼리지 록), 비주류와 반주류(얼터너티브 록)라는 필터에 투과시킨 결과였다. ‘독립 음반사’가 제작하고 ‘대학 방송국’이 선호하는 ‘대안적인’ 록 음악이라는 교집합적 개념을 형성하는 세 원소였던 것이다. 요컨대, 그와 같은 통합적 관점을 촉발시킨 존재가 바로 아르이엠이었다. 인디 록과 칼리지 록과 얼터너티브 록의 핵심을 관통하며 당대 언더그라운드의 범주를 아우른 결정적 역할이었다.

아르이엠은 1980년대가 낳은 1990년대의 설계자였다. 미국 남부 소도시 애슨스의 초라한 클럽에서 출발한 그들이 대중음악사상 가장 중요한 록 밴드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은 자체로 하나의 교범이 되었다. 그래서 비평가 피터 밀러는 아르이엠이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 모델 가운데 하나”라고 했고, 찰스 에런은 이른바 ‘아르이엠 모델’이 “펑크 록의 영향을 받은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예술적 진정성을 팔아먹지 않으면서 얼마나 멀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했던 것이다. ‘루징 마이 릴리전’은 바로 그 상징적 증표다. 후렴구가 없는 특이한 구성에 만돌린을 주력 악기로 사용한 이 노래는 아르이엠의 음악적 대안 혹은 대안적 음악의 총아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 최대 히트곡으로 대중 일반에게 얼터너티브 록의 도래를 알린 촉매이기도 했다. ‘루징 마이 릴리전’의 성공이 앨범 <아웃 오브 타임>의 영미 차트 정복과 그래미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의 수상으로 이어진 결과도 마찬가지다.

비평가 조 카두치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부흥을 “전략 핵무기의 시대에 백병전으로 맞선” 싸움에서 거둬들인 승리라고 평한 바 있다. “거대 연예-오락 복합기업/거대 매니지먼트/거대 미디어의 시대에 승합차를 타고 미국 전역의 싸구려 클럽을 도는 공연여행”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성공한 ‘아르이엠 모델’의 유산이었다. 기성과 권위에 대한 비판적 태도야말로 대안을 대세로 자리매김케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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