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으로 유명한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가 다양하게 변신해 관객들과 만난다.
새하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백색 발레’ 대신 댄스 뮤지컬, 한국 무용, 창작 발레 등 세가지 색깔의 <백조의 호수>가 관객 앞에 나선다.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도 현대 정서에 맞게 새단장됐다.
첫번째 변신은 12~30일 서울 엘지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남성미 넘치는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영국 출신의 연출가 겸 안무가 매슈 본이 현대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와 자유를 상징하는 환상 속의 백조 사이에서 펼쳐지는 동성애적인 사랑을 담았다.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남성 무용수들이 런던 뒷골목의 술집에서 역동적으로 추는 군무가 인상 깊다. 매슈 본은 이 작품으로 1999년 토니상에서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국 노던 발레단 출신의 발레리노 조너선 올리비에와 샘 아처가 각각 백조와 왕자 역을 맡는다. (02)2005-0114.
안무가 조기숙(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씨도 고전 발레의 ‘사랑테마’를 현대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창작 발레 <백조의 호수Ⅲ-사랑에 빈하다>로 또다른 변신을 꾀했다. 13~14일 이화여대 이시시(ECC) 안 삼성홀.
고전 발레의 지나친 권위와 보수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그의 신개념 발레 <백조의 호수> 시리즈 세번째 작품. 고전 발레처럼 왕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랑이 아니라 모든 백조들이 자신의 사랑을 놓고 번뇌하고 선택하는 주체적인 영혼의 인간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 <백조의 호수>의 아름다운 음악에 무용수들이 자기애, 레즈비언, 무소유적 사랑 등 현대인의 사랑법을 춤으로 보여주고, 마왕은 무관심, 불신, 집착, 증오 등을 표현한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전 프리마돈나 조정희씨와 미국인 솔리스트 조슈아 루크 퓨 등이 무대에 오른다. (02)704-6420.
서울시무용단도 국내 최초로 <백조의 호수> 한국 무용극 버전을 28~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한국 전통춤의 대가 임이조 단장이 고전 발레에 한국적인 춤사위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율동을 입혀서 부연국 지규 왕자와 비륭국 설고니 공주의 사랑이야기로 꾸몄다. 남녀 주역 무용수는 이진영, 박수정, 신동엽, 이혁씨 등이 맡았다. (02)399-1114~6.
정상영 기자, 사진 엘지아트센터·조기숙뉴발레단·서울시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