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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5·18 못 겪은 우리도 감정 복받쳐서…”

등록 2010-05-11 21:27수정 2010-05-12 09:49

왼쪽부터 배우 전미도(28), 최승열(31), 손현정(33)씨.
왼쪽부터 배우 전미도(28), 최승열(31), 손현정(33)씨.
뮤지컬 ‘화려한 휴가’ 주연 세 배우




2007년 대작 영화 무대서 재탄생
최승열·전미도·손현정 ‘실력파’ 집결

“삼천만의 동포들아 정의로 일어서/ 젊은 영들 목숨 절규 어찌들 잊으랴/ 용기 있게 나가리라 민주의 봉우리/ 최후의 순간까지 겨레를 위하여….”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 1980년 5월 당시의 ‘광주시민 장송곡’이 울려 퍼졌다. 오는 15일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막이 오를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초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다. 올해 30돌을 맞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2007년 8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연습실에 들어서자 일군의 배우들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격렬하게 총을 휘두르고 있다. 오전 10시에 연습에 들어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윗도리가 땀에 젖어 있다.

“소리 지르고 격투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니까 몸이 힘들죠. 밤 10시에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면 샤워도 못 하고 쓰러져 자기 바빠요.”

배우 최승열(31·가운데)씨가 “며칠 전에는 한 여배우가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연습의 강도를 귀띔했다. 뮤지컬 <건메탈 블루스>, <진짜 진짜 좋아해>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그는 오디션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주인공 민우 역을 꿰찼다.

[관련영상] ‘5·18 뮤지컬’ 화려한 휴가


그는 “민우는 순박하고 착한 시골 청년인데 동생 진우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자 비록 총을 들었지만 도청에서 죽으면서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평화주의자”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우의 애인인 여주인공 신애 역의 전미도(28·왼쪽)씨는 “고된 연습보다는 저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와 뮤지컬 <사춘기>로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유망주.

“5·18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내 인생에 그런 공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또 공수부대가 해산하는 줄 알고 ‘아리랑’을 부르며 환호했던 때를 ‘내 생전에 그런 기쁨이 없었다’고 말씀하세요. 그분들이 느꼈던 그 공포와 행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늘 답답해요.” 그는 “그런 감정을 노래와 춤, 연기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 공연 전에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책과 다큐 보며 ‘그때’ 복원 노력
노래 “우리 잊지마…” 가슴에 아려

그와 번갈아 신애 역을 맡은 손현정(33·오른쪽)씨도 “저희가 겪지 않았기 때문에 흉내는 내지만 ‘진짜가 뭐냐?’고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마이 스케어리 걸>, <소울메이트> 등에 출연한 실력파 배우. 그는 “손호성 연출 선생님이 항상 ‘너희 가슴속에 정서를 가져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서가 마음에 들어오면 감정이 복받쳐서 노래를 못하겠더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두 배우에게 간호사인 신애는 어떤 인물인가 묻자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여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버지가 도청에 있을 때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자!’라고 방송하는 용기 있는 분”이라는 것.

20~30대 배우들이 5월 광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 배우는 “뮤지컬 <화려한 휴가>를 연습하면서 책을 읽고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휴가>는 “극 중에서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는 노래처럼 자꾸 잊혀가는 우리 민주화의 역사를 되새기는 작업”(최승열), “가슴이 아리지만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손현정), “단순히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머리로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전미도)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휴가>는 한겨레신문사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5·18 30돌을 기념해 공동주최하고, 메이엔터테인먼트와 쇼앤라이프뮤지컬이 공동 제작했다. 작가 김정숙씨와 연출가 권호성씨,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승현(인봉 역), 서현(진우), 이승근(흥수), 한성용(용대), 이재호(신부) 등 대학로의 젊은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다. 19일까지 광주에서 공연된 뒤 다음달 12일과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극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1544-1555.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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