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같은 친구로 돌아온 김동률과 이상순
베란다 프로젝트 ‘데이 오프’
2008년 가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날씨가 구질구질하지 않았다면, 이 음반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 좋은 날씨 탓에 방구석에 처박혀 지내던 두 남자는 “같이 곡이나 한번 써보자”며 의기투합했고,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가수 김동률과 그룹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결성한 ‘베란다 프로젝트’의 음반 <데이 오프>다.
목소리 힘뺀 김동률 다정한 음색
조곤조곤 기타 이상순 ‘노래 도전’ 36살 동갑내기 두 남자가 서로를 알게 된 건, 6년 전 인터넷 사진 동호회를 통해서였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사람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함께 다녔다. 마음이 잘 맞은 둘은 영화니 공연이니 같이 보러 다니는 사이가 됐다. 2006년 이상순은 롤러코스터 활동을 잠시 접고, 네덜란드로 음악 공부를 하러 떠났다. 2008년 김동률은 친구를 만나러 긴 여행을 떠났다. 1997년 이적과의 프로젝트 듀오 카니발 이후 줄곧 솔로 작업만 해온 김동률은 외로웠다.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해야 했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혼자의 몫이었다. 밴드에서 홀로 떨어져나와 타향살이를 하던 이상순 또한 외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다시 만난 둘이 서로 의지하며 공동작업을 하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 수순이었을 터다. “상순씨와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예전 전람회나 카니발 시절의 좋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하니까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지도 많이 됐고요.”(김) 서로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마음이 녹아들어서인지 음반 분위기는 가볍고 편안하다. 무겁고 장엄한 스타일을 선호하다가 5집 <모놀로그>부터 조금씩 어깨 힘을 빼기 시작한 김동률은 이번에 작정을 하고 힘을 뺐다. 보사노바, 라틴, 포크 선율을 조곤조곤 뜯는 이상순의 기타는 나른한 봄날 오후 햇살 같다.
이상순이 노래를 부른 것도 색다른 변신이다. “노래는 참 어려워요”라고 이상순이 하소연하자 “목소리 톤이 너무 좋은데다, 녹음할수록 노래 실력이 점점 늘더라고요”라고 김동률이 치켜세운다. 김동률은 “힘을 빼고 노래하려니 제가 더 힘들었어요. 저는 원래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이걸 다리미로 주름 펴듯이 노래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라고 오히려 어려움을 호소한다.
두 남자는 자신들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선사하는 배경음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힘들여 만든 음악을 누군가가 설거지하면서 듣는다고 하면 섭섭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베란다에서 햇살을 맞으며 듣는 휴식 같은 배경음악, 일을 하면서 듣고 힘을 얻는 배경음악이 세상엔 꼭 필요한 것 같아요.”(김)
“롤러코스터 시절에 우리가 작업하면서 느낀 기분을 나중에 음악 듣는 분들도 그대로 느낀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이번에 우리 둘이서 정말 즐겁고 편안하게 작업을 했거든요. 듣는 분들도 분명 같은 기분을 느낄 거라고 확신해요. 사람들에게 편안한 배경음악이 된다는 건, 우리에겐 참 기분 좋은 칭찬이죠.”(이)
두 남자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본인들도 모른다고 했다. 공연을 계획하고 있지만, 다음 음반을 또 낼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단다. 이번 음반의 시작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흘러가는 대로 맡겨둘 작정이다.
“분명한 건 이번 프로젝트 작업이 개인적으로 큰 전환점이 됐다는 사실이에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작업하는 방식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다줬죠.”(김)
“유학 기간이 2년 더 남았어요. 지금으로선 계획을 세우는 게 사치죠. 그래도 언젠가 솔로 작업을 꼭 하고 싶어요. 롤러코스터도 다시 뭉쳐야겠죠.”(이)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뮤직팜 제공
조곤조곤 기타 이상순 ‘노래 도전’ 36살 동갑내기 두 남자가 서로를 알게 된 건, 6년 전 인터넷 사진 동호회를 통해서였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사람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함께 다녔다. 마음이 잘 맞은 둘은 영화니 공연이니 같이 보러 다니는 사이가 됐다. 2006년 이상순은 롤러코스터 활동을 잠시 접고, 네덜란드로 음악 공부를 하러 떠났다. 2008년 김동률은 친구를 만나러 긴 여행을 떠났다. 1997년 이적과의 프로젝트 듀오 카니발 이후 줄곧 솔로 작업만 해온 김동률은 외로웠다.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해야 했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혼자의 몫이었다. 밴드에서 홀로 떨어져나와 타향살이를 하던 이상순 또한 외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다시 만난 둘이 서로 의지하며 공동작업을 하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 수순이었을 터다. “상순씨와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예전 전람회나 카니발 시절의 좋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하니까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지도 많이 됐고요.”(김) 서로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마음이 녹아들어서인지 음반 분위기는 가볍고 편안하다. 무겁고 장엄한 스타일을 선호하다가 5집 <모놀로그>부터 조금씩 어깨 힘을 빼기 시작한 김동률은 이번에 작정을 하고 힘을 뺐다. 보사노바, 라틴, 포크 선율을 조곤조곤 뜯는 이상순의 기타는 나른한 봄날 오후 햇살 같다.
베란다 프로젝트 ‘데이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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