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단원들이 20일 서울 구로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상도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이 어린이 작곡가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부대행사로, 아이들이 직접 작곡한 노래들을 대회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리 영 컴포저’ 참여 상도초교 7명 “신기해요”
20일 오후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5층 소회의실, 한 사내아이를 플루트, 오보에, 호른, 바순, 클라리넷, 트럼펫 등 6종류의 관악기가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연주자 선생님들이 제 순서마다 악기를 부는데 눈은 아이에게 꽂혀 있어요. 아이 옆에 앉은 한 미국인 선생님 곁에서 통역 선생님이 아이에게 말을 전하네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니가 다 결정해야 돼.(웃음)” “낮게요. 트럼펫이….” “바순이 올라가고, 클라리넷이 멜로디를 연주하면 어떨까?” “좋아요.” “플루트는 높은 음 멜로디를 연주해주시고, 클라리넷은 더블 멜로디, 트럼펫은 낮은 음을 해주세요.” 다시 짧은 연주가 이뤄집니다. 공놀이에 신이 난 아가 고양이가 폴짝폴짝 아이 앞에서 뛰어다니는 것만 같네요. 지금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고요? 이름도 멋진 ‘꿈의 오케스트라’가 준비되고 있답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부끄러우면서도 호기심 어린 진지한 표정을 한 아이가 세영이(11)예요. 세영이는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만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마디로 ‘작곡’ 중인 거죠. 놀랍죠? 제목요? <행복한 고양이>라고 세영이가 지었어요. 즐겁게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악상이 떠올랐다네요. 세영이가 따로 음악을 배웠던 건 아닙니다. 17일부터 매일 3시간씩 음악의 기초라고 할 음감부터 익혔으니까 겨우 나흘째인 거죠. 그리고 곡은 23일 완성됐으니, 정말 꿈처럼 놀랍죠? 세영이뿐 아니라 상도초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 7명도 다 같이 작곡을 하고 있답니다. 아무도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걸 배우러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에요.
6층에선 백현이(11)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오선지에 ‘콩나물’을 그리고 있어요. 가끔 양영호 예술강사 선생님이 음표 그리기를 도와주십니다. 기자 아저씨가 옆에서 “재밌니?” 물었는데도 한참 답이 없네요. <즐거운 여름>이라는 곡을 완성해나가는 데 몰두해 있는 모습이 자못 진지해요. “물놀이 하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참 재미있고 신나요.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신기해요.” 말하는 표정이 정말 재밌어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왜 모였을까 궁금하죠?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12년째 각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베리 영 컴포저’(very young composer)라는 프로그램이,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행사 중 하나로 열린 거예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옆 건물 구로아트밸리를 빌려서 아이들을 가르친 건데요, 문화예술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짠~하고 보여주는 자리겠죠. ‘베리 영 컴포저’ 운영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아이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말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결정하게 도와주라! 악기를 가르치고 노래를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느끼고 음악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체험하게 해주는 게 진짜 아이들에게 필요한 음악교육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여기에서 창의성이라는 게 발현될 수 있을 테고요.
꼬마 음악가들 뉴욕필 선생님과 ‘음표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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