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꼬마 음악가들 뉴욕필 선생님과 ‘음표놀이’

등록 2010-05-25 18:10수정 2010-05-25 21:06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단원들이 20일 서울 구로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상도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이 어린이 작곡가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부대행사로, 아이들이 직접 작곡한 노래들을 대회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단원들이 20일 서울 구로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상도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이 어린이 작곡가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부대행사로, 아이들이 직접 작곡한 노래들을 대회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리 영 컴포저’ 참여 상도초교 7명 “신기해요”




20일 오후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5층 소회의실, 한 사내아이를 플루트, 오보에, 호른, 바순, 클라리넷, 트럼펫 등 6종류의 관악기가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연주자 선생님들이 제 순서마다 악기를 부는데 눈은 아이에게 꽂혀 있어요. 아이 옆에 앉은 한 미국인 선생님 곁에서 통역 선생님이 아이에게 말을 전하네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니가 다 결정해야 돼.(웃음)” “낮게요. 트럼펫이….”

“바순이 올라가고, 클라리넷이 멜로디를 연주하면 어떨까?” “좋아요.”

“플루트는 높은 음 멜로디를 연주해주시고, 클라리넷은 더블 멜로디, 트럼펫은 낮은 음을 해주세요.” 다시 짧은 연주가 이뤄집니다. 공놀이에 신이 난 아가 고양이가 폴짝폴짝 아이 앞에서 뛰어다니는 것만 같네요.

지금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고요? 이름도 멋진 ‘꿈의 오케스트라’가 준비되고 있답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부끄러우면서도 호기심 어린 진지한 표정을 한 아이가 세영이(11)예요. 세영이는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만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마디로 ‘작곡’ 중인 거죠. 놀랍죠? 제목요? <행복한 고양이>라고 세영이가 지었어요. 즐겁게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악상이 떠올랐다네요.

세영이가 따로 음악을 배웠던 건 아닙니다. 17일부터 매일 3시간씩 음악의 기초라고 할 음감부터 익혔으니까 겨우 나흘째인 거죠. 그리고 곡은 23일 완성됐으니, 정말 꿈처럼 놀랍죠? 세영이뿐 아니라 상도초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 7명도 다 같이 작곡을 하고 있답니다. 아무도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걸 배우러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에요.


6층에선 백현이(11)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오선지에 ‘콩나물’을 그리고 있어요. 가끔 양영호 예술강사 선생님이 음표 그리기를 도와주십니다. 기자 아저씨가 옆에서 “재밌니?” 물었는데도 한참 답이 없네요. <즐거운 여름>이라는 곡을 완성해나가는 데 몰두해 있는 모습이 자못 진지해요. “물놀이 하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참 재미있고 신나요.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신기해요.” 말하는 표정이 정말 재밌어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왜 모였을까 궁금하죠?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12년째 각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베리 영 컴포저’(very young composer)라는 프로그램이,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행사 중 하나로 열린 거예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옆 건물 구로아트밸리를 빌려서 아이들을 가르친 건데요, 문화예술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짠~하고 보여주는 자리겠죠.

‘베리 영 컴포저’ 운영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아이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말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결정하게 도와주라! 악기를 가르치고 노래를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느끼고 음악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체험하게 해주는 게 진짜 아이들에게 필요한 음악교육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여기에서 창의성이라는 게 발현될 수 있을 테고요.


꼬마 음악가들 뉴욕필 선생님과 ‘음표놀이’
꼬마 음악가들 뉴욕필 선생님과 ‘음표놀이’
뉴욕필에선 예술강사 선생님 두 분이 아이들의 작곡을 도와주러 왔어요. 데이비드 월러스(39), 리처드 캐릭(38) 예술강사(teaching artist) 선생님인데요, 두 분 다 작곡가이고 또 각각 비올라와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월러스 선생님은 아이들을 만나서 너무나 기뻤대요. “아이들을 만나기 전 사진과 아이들의 특성을 미리 받아 읽고 선물상자를 여는 것 같은 기대를 하고 왔어요. 직접 아이들 하나하나를 만나서 얼마나 창조적인가 발견했을 때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악기로 도와주시는 분들은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조이 오브 스트링스’ 선생님들이에요. 19일엔 현악기 선생님들이 오셨고, 20일 관악기에 이어 21일엔 타악기 팀파니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이 만든 곡에 연주를 맞춰봤어요.

그렇게 해서, 세영이와 백현이와 성균이와 진영이, 원민이, 창민이, 선일이, 우석이의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곡 제목도 들어보실래요? <악마와 천사> <참새와 거인의 발걸음> <곰발바닥> <하늘을 나는 타조> <오리의 걸음> <천사의 눈물>. 정말 아이들의 아이다운 창의성이 살아 있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 어린 작곡가들의 노래는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25일 저녁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환영만찬에서 ‘맛보기’로 일부를 연주했고, 27일 저녁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는 결과 발표회가 열린답니다. 무료로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문의는 02-2029-1700~1이래요.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