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
세계 순회 ‘오케스트리온’
“한밤중 문을 닫은 악기 상점에서 모든 악기들이 깨어나 스스로 연주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가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벌인 공연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팻 메시니는 지난 1월 발표한 새 음반 <오케스트리온>을 연주하는 세계 순회 공연을 하고 있다. 다음달 2~5일에는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사람 없는 어쿠스틱 사운드
“놀라운 실험” “핫도그 음악”
6월 내한…평가는 관객 몫 ‘오케스트리온’은 사람 손길 없이 기계 움직임으로만 연주되는 악기를 일컫는다. 1800년대에 발명된 자동 피아노가 시초다. 팻 메시니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자동 피아노를 보고 대번에 반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로 수많은 악기 소리를 재현할 수 있게 된 21세기에도 그는 여전히 사람 없이 울려퍼지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갈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꿈을 이뤘다. 이를 위해 사용한 기술은 ‘솔레노이드’ 장치. 전류로 발생하는 자기장을 물리적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이 장치는 버스 자동문 등에도 응용돼 쓰인다. 그는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로봇이 기타·베이스·드럼·오르간·비브라폰·퍼커션은 물론 유리병으로 만든 휘슬까지 연주하는 진풍경을 연출해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기계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타를 연주했다. 음반을 들어보면, 놀랍게도 기계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팻 메시니 그룹 멤버들이 연주한 사운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린다. 팻 메시니는 기계와의 협연에 대해 “스윙이나 그루브처럼 인간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재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사람이 연주하기 어려운 음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며 “흔히 말하는 ‘인간의 느낌’이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호평은 혁신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높이 산 경우다. 그는 기타로 신시사이저 소리를 내는가 하면, 3개의 목과 42줄이 달린 ‘피카소 기타’를 개발해 하프처럼 연주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팻 메시니는 “우리가 전설로 여기는 재즈 음악인은 모두 그 시대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던 선구자들이었다”며 “나 역시 새로운 시도를 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은 “이번 연주가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즈계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또다시 새로운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내한공연에서 기계를 통제하는 엔지니어와의 호흡을 통해 얼마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반 자체에 대해선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도 많다.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공연은 꽤 볼만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음반에 대한 평가는 별개”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든 간에 그 결과물만 놓고 보자면 자신의 이전 작품들을 넘어서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자리에 머무는 데 대한 경계심이 너무 커서 이런 식의 실험까지 하게 됐지만, 다른 음악인들에게까지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도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를 주며 “핫도그 같은 음반이다. 맛은 있는데 뭘로 만들었는지 알고 나면 먹고 싶지 않아진다”고 언급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엇갈린 평가에도 어쨌든 ‘오케스트리온’ 공연이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팻 메시니의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 것인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02)2005-0114.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놀라운 실험” “핫도그 음악”
6월 내한…평가는 관객 몫 ‘오케스트리온’은 사람 손길 없이 기계 움직임으로만 연주되는 악기를 일컫는다. 1800년대에 발명된 자동 피아노가 시초다. 팻 메시니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자동 피아노를 보고 대번에 반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로 수많은 악기 소리를 재현할 수 있게 된 21세기에도 그는 여전히 사람 없이 울려퍼지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갈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꿈을 이뤘다. 이를 위해 사용한 기술은 ‘솔레노이드’ 장치. 전류로 발생하는 자기장을 물리적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이 장치는 버스 자동문 등에도 응용돼 쓰인다. 그는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로봇이 기타·베이스·드럼·오르간·비브라폰·퍼커션은 물론 유리병으로 만든 휘슬까지 연주하는 진풍경을 연출해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기계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타를 연주했다. 음반을 들어보면, 놀랍게도 기계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팻 메시니 그룹 멤버들이 연주한 사운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린다. 팻 메시니는 기계와의 협연에 대해 “스윙이나 그루브처럼 인간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재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사람이 연주하기 어려운 음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며 “흔히 말하는 ‘인간의 느낌’이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정의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재즈기타 거장 팻 메시니 ‘기계와의 협연’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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