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용 개척자 최승희(1911∼69)와 조택원(1907~76), 한국 전통 춤의 아버지 한성준(1874∼1941) 등 한국 근현대 춤의 선구자들의 희귀 공연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내 유일의 춤 전문 자료관 연낙재는 6월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에이홀(옛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IACE 2010)에서 ‘자료로 보는 한국 춤 100년-예술 춤의 탄생과 진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무엇보다 한국 춤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되짚어보는 기회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춤이 문화예술 장르의 변방으로부터 무대 전면으로 끌어올려서 춤의 대중화와 문화적 저변화를 꾀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연낙재의 성기숙(44·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관장은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춤 관련 포스터와 팸플릿, 공연 사진, 육필 원고, 무용 대본, 악보, 자서전을 비롯해 여러 희귀자료 120여점을 전시함으로써 근현대 한국 춤의 흐름을 폭넓게 조망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귀자료를 분류·선택하고 자료마다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1927년경 최승희·조택원의 일본 이시이바쿠 무용연구소 유학시절, 1941년 11월28~29일 일본 도쿄 보총극장에서 열린 최승희 신작 무용 공연 팸플릿, 1949년 2월10일 조택원의 미국자연사박물관 초청공연 팸플릿(왼쪽부터).
그는 이번 전시회를 연대기별로 1기-서구적 충격, 신무용의 탄생(1900~1945), 제2기-폐허를 딛고 새 한국무용 건설(1945~1976), 제3기-춤아카데미즘, 예술 춤의 진화(1975~2010) 등으로 나눠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제 강점기 ‘신무용’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 순수 무용예술의 시대를 연 최승희와 조택원의 희귀 공연자료가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최승희의 제1회 무용발표회 포스터, 1937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기 전 부민관에서 열린 최승희 신작 무용 발표회 팸플릿, 1941년 도쿄에서 열린 최승희 공연 포스터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성 관장은 “전시회를 앞두고 자료를 분류하면서 우리 무용 역사가 다시 쓰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937년 2월1일 부민관에서 열렸던 ‘최승희 도구 기념 신작무용 공연’ 포스트는 당시 최승희가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었다고 기록된 기존 연표의 오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1949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자연사박물관 초청으로 미국에서 공연한 조택원의 공연 팸플릿을 비롯해 1940~50년대 일본·프랑스·미국 등지에서 루스 세인트 데니스, 세르주 리파, 안나 리카르다 등 세계 무용사의 거장들과 함께 펼친 해외 공연자료가 전시된다.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무용음악 악보 <가사호접>(고 김준영 작곡)과 조택원의 무용음악 악보 <소고춤>(김성태 작곡) 등도 처음으로 소개돼 순수 예술 춤의 진화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한국무용가협회에서 문교부 장관에게 보낸 문건’(1956), ‘한국무용협회 헌장 및 규약’(1959), ‘무용용어통일심의안’(1973) 등 분단 이후 공백기에 무용계의 재건을 위해 애쓴 흔적이 담긴 각종 문건도 모습을 선보인다.
성 관장은 “한국 춤의 근·현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회성의 예술인 춤의 역사를 재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낙재는 원로 무용평론가 조동화(88·월간 <춤> 발행인)씨 등 개인소장자의 자료를 한 데 모아 2006년 서울 대학로에 개관했다. (02)741-2808, 742-2808.
글·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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