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10집 ‘드리마이저’ 낸 이승환
# 프롤로그 이승환 10집 <드리마이저>는 엠피3이 아니라 시디로 듣는 게 좋다. 그것도 빵빵한 스피커로. 이어폰으론 느낄 수 없는 풍성한 공간감이 온몸을 감싼다. ‘사운드의 장인’ 이승환은 이번에도 최상의 사운드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 본 조비,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등과 작업한 스태프들 이름이 줄줄이 보인다. “1995년 음반 녹음하러 미국에 갔을 때 앞선 기술을 보고 놀랐어요. 이후 사운드에서만큼은 금자탑을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번 엔지니어, 세션 연주자들은 역대 최고예요. 그만큼 돈도 많이 들였죠. 누구는 ‘자본의 미학’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사운드 질을 높이는 데 공들이는 이가 없다면 저라도 나서야죠.” 그렇게 만든 이승환 10집을 살짝 맛보자. ‘사운드 장인’답게 풍성한 음색
역대최고 세션·엔지니어 총동원 1. 이별 기술자
기존 스타일과는 색다른 ‘이승환식’ 라운지 음악. 어깨가 들썩인다. “전 늘 트렌디하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스스로 20대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 심해요. 어떤 평론가는 ‘왜 40대 나이에 맞지 않는 음악을 고집하느냐’고 비판하던데, 개인의 취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까워요.”
이승환
이승환
음질 퇴보하는 세상 용납 안돼” 8. 완벽한 추억 기승전결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편안한 팝. 인디밴드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작곡했다. “인디와 오버 사이 접점이 되고 싶어요. 요새는 홍대 앞 클럽 공연도 많이 하고, 인디 중심의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려고 해요. 제 공연 오프닝에도 인디밴드를 세워요.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인디밴드로 활동하려 한 적도 있는데,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고요.” 13. 개미혁명 록과 오케스트라의 결합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 “옳은 걸 옳도록 싫은 건 싫다고 뱉어버려”라고 노래한다. “원래 사회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시대가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잖아요. 그래도 처음보다 노랫말을 많이 순화시킨 거예요. 얼핏 사랑노래 같지만 여기서 ‘너’는 정의와 진실을 상징하죠.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 에필로그 뜻밖에도 이승환은 녹음하는 게 괴롭다고 했다. 좀더 완벽한 사운드를 향한 고뇌와 집착 때문이리라.그렇게 녹음한 음반을 발표하고 나면 불행해진다고 했다. 100만장 가까이 팔아치우던 예전과 달리 날로 급감하는 판매량에 상실감만 깊어지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왜 음반을 계속 내는 걸까? “음악 하는 후배가 ‘형 음악 되게 좋아요’ 하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 훗날 누군가가 ‘이승환 10집 듣고 음악을 시작했어요’ 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 맛에 하는 거죠. 근데 다음 음반을 또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돈을 다 쏟아부어서 이번 음반 잘 안되면 여력이 없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플럭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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