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피터 브룩
현대 연극의 신화 피터 브룩의 ‘11 그리고 12’
‘막’구분 없이 간소한 소품에 다국적 배우
철학·정치적 이슈 명료하게 표현한 걸작
‘막’구분 없이 간소한 소품에 다국적 배우
철학·정치적 이슈 명료하게 표현한 걸작
올해 여든다섯 살의 영국 연출가 피터 브룩(사진)은 현대 연극계의 살아있는 신화이다. 옥스퍼드대학 시절 열여덟 살의 나이로 연극 <닥터 파우스트>를 대학극회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60여년간 연극의 정형화와 규칙을 깨는 70여편의 작품을 발표해온 그의 삶은 곧 현대 연극의 역사였다. 그의 신작 연극 <11 그리고 12>(사진 아래)가 17~20일 엘지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된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다. 아프리카 작가 아마두 함파테 바가 그의 스승인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 지도자 티에르노 보카르의 삶과 신념을 담은 책을 바탕으로 브룩과 오랜 동료인 마리 엘렌 에스티엔느가 공동으로 무대화시킨 작품이다. 2004년 초연한 <티에르노 보카르>의 후속작으로 아프리카 수피교의 ‘완벽의 진주’라는 예배 의식 때문에 빚어낸 종교 갈등을 다뤘다. 1930년대 초반 아프리카 말리에서 기도문을 11번 또는 12번 암송하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앙숙 관계에 있던 두 종파가 갈등을 빚다 살인사건까지 벌어진다. 티에르노 보카르는 두 종파를 화해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부족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보카르는 “나는 12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네. 자네는 왜 11번에 그리 반대를 하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마을을 떠나 객지에서 가난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연극에서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브룩의 애정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는 70년대 아프리카를 여행한 뒤 <일어나라 알버트>를 시작으로 <양복>, <티에르노 보카르>, <쉬즈반지는 죽었다> 등 아프리카 관련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또한 단순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무대 미학과 연출효과를 버림으로써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브룩 연출의 뛰어남도 엿보인다.
연극 <11 그리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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